한국일보

트럼프·시진핑 만나는 이… ‘본게임 시작’

2025-10-25 (토) 12:00:00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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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안보협상 결과 발표할 듯

▶ 11년 만에 방한 시진핑 첫 회담
▶ 일본 신임 총리와도 대면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다음 주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잇달아 소화한다. APEC을 계기로 미국, 중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도 예정돼 있는데 대미 관세 협상 마무리, 한중 관계 개선 등 굵직한 외교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의 심화 속에서 두 나라 정상과 번갈아 마주 앉게 될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세안 순방 및 APEC 정상회의 일정을 소개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29일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첫 번째 회담은 지난 8월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렸다.

최대 관건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듭지어질지 여부다. 미국은 한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깎아주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에 3,500억 달러(약 501조 원)의 대미 투자를 요구해왔다. 지난 7월부터 협상이 이어졌지만 투자 방식과 관련해 현금 투자 비중과 분할 투자 기간 등 남은 쟁점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미 정상 간 담판을 통해 풀어야 할 공산이 커졌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면 양국 간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안보 협상 결과도 함께 발표될 수 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미국은 관세, 안보 협상이 완성될 때 한 번에 발표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안보 협상은 한국의 국방비 증가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 개시 등이 의제다. 국방비 증가는 부담이지만, 원자력 협정 개정은 한국에 일정 농도 이상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방향이라 산업적 측면에서 이득이 된다. 중대한 의제가 걸린 만큼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취임 후 처음 대면한다. 한미 회담 사흘 뒤인 11월 1일에 시 주석과의 첫 한중 정상회담이 잡혀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한국 정부는 시 주석도 국빈으로 초청해 예우했다. 중국과 경제 협력 강화 등 관계 개선에 나선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 방침이지만 한중 사이에 민감한 현안이 적지 않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한화오션 제재 등 껄끄러운 주제도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한일 정상회담 날짜도 조율 중이다. ‘셔틀 외교’ 불씨를 이어가며 과거사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리보다 강경 보수 색채가 짙은 것이 변수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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