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 재건용 가자지구 분리 추진…부동산업자 트럼프 사위 주도

2025-10-22 (수) 09: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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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스·이스라엘 양분…이스라엘 쪽부터 재건사업 시작

▶ 팔레스타인 반발 예상…아랍권 “이스라엘 영구 점령지대 우려”

美, 재건용 가자지구 분리 추진…부동산업자 트럼프 사위 주도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기자회견하는 재러드 쿠슈너(오른쪽)와 JD 밴스 부통령.[로이터]

미국이 가자지구를 이스라엘 관리 구역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관리 구역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분리 재건 사업은 이스라엘 측 지역에서만 우선 이뤄지며, 하마스의 무장 해제 전까지만 임시 조치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와 관련해 "아직 초기 구상 단계이며 며칠 내에 추가 업데이트가 있을 것"이라고 WSJ에 전했다.


이 계획의 틀은 JD 밴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인 부동산 개발업자 재러드 쿠슈너가 이날 이스라엘 현지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한 가자지구 휴전 유지를 촉구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일부 철군 후 가자지구의 약 53%를 통제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가자에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과 매우 위험한 지역이 있다"며 "목표는 안전한 지역을 점차 넓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분리 재건 계획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쿠슈너는 "하마스가 통제하는 지역에는 재건 자금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한 지역의 재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전 확보를 전제로 현재 이스라엘군(IDF)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새로운 가자의 건설을 시작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목적은 가자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주할 곳, 일할 곳, 살 곳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하려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점령 지역으로 이주하려 할지, 그 지역 행정서비스는 누가 맡을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일부 관리는 지적한다.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내에 이스라엘 관리 지역을 만들려는 계획이 하마스를 정치적으로 위축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텔아비브 소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오페르 구터만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 통제 지역을 점차 확대하고, 하마스의 공격으로 피해를 본 국경 인근 이스라엘 마을 사이에 더 강력한 안보 완충지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이스라엘 국방부 고위 관리 아미르 아비비는 "이번 분할 구상의 목적은 가자 영구 분할이 아니라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안보 통제권을 장악하고 가자지구 주민들을 단절된 통제 구역으로 몰아넣는 시나리오를 우려해왔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타하니 무스타파 연구원은 "가자는 팔레스타인 국가에 유일하게 단절되지 않은 영토를 의미해왔다"며 "분할 계획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동안 두려워해 온 상황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를 분리하려는 어떤 계획도 팔레스타인인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아랍권 휴전 중재국들도 가자지구를 분할하면 영구적인 이스라엘 점령 지대를 만들 우려가 있다며 이 계획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아랍 국가들이 치안 유지를 위한 병력 파견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WSJ은 진단했다.

지난 10일 미국 중재로 발효된 휴전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통제하는 지역을 표시하는 가자지구 내 철수선 '옐로라인'이 설정됐다.

이 선은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팔레스타인 통제 지역을 둘러싸는 완충 지대 형태를 띤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합의에 따라 '옐로라인' 뒤로 철수한 상태이며, 통제 구역을 점차 축소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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