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왜 토마호크 밀당하나…러-우크라 ‘게임 체인저’ 될수도

2025-10-17 (금) 08: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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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과 헝가리 회담 앞두고 러시아에 휴전 압박용 전략적 카드로 부상

▶ ATACMS·드론보다 훨씬 긴 사거리…모스크바 및 후방 기지 타격 가능
▶ 美 데이터 의존 등 실전 운용은 제한적… “전쟁 판도는 못 바꿀 듯”

트럼프 왜 토마호크 밀당하나…러-우크라 ‘게임 체인저’ 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0.17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제공하는 방안을 두고 '밀당'을 하는 배경에는 이 무기가 전쟁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토마호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는 그간 분위기와 달리 유보적인 태도로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도 토마호크가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 나라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것들을 줘버리고 싶지는 않다"면서 "우리가 토마호크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서도 전쟁을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내 헝가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러시아에 대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양측의 즉각적인 휴전 합의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협상 카드로 활용할 만큼 토마호크 미사일의 파괴력과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토마호크는 위성항법체계(GPS)로 유도되는 아음속(약 시속 885㎞) 순항미사일로 30m의 저고도를 유지한 채 최대 2천500㎞ 밖의 표적도 자로 잰 듯이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가 이를 손에 넣을 경우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후방 기지들까지 정밀한 타격이 가능해져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에이태큼스(ATACMS·약 300㎞)나 스톰섀도·스칼프(약 250㎞)와 비교하면 훨씬 긴 사거리를 자랑한다.

1983년 실전 배치된 토마호크는 애초 핵탄두를 장착한 전략용이었으나 뛰어난 범용성으로 이제는 450㎏ 규모의 고폭탄두를 단 전술용으로 더 많이 쓰이고 집속탄, 벙커버스터 등 다양한 탄두 장착이 가능하다.

토마호크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91년 걸프전 때다. 미국은 구축함에서 토마호크를 발사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에 대한 본격적인 응징에 나섰다.

또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 때도 미국과 영국은 800발이 넘는 토마호크를 발사해 주요 시설들을 무력화했다.


지난 6월 '미드나이트 해머'로 명명된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에서도 토마호크 미사일은 가공할 정확도와 파괴력을 과시한 바 있다.

토마호크는 원래 함정·잠수함 발사용으로 개발됐지만, 미 육군이 2023년 도입한 이동식 발사대 '타이푼'을 통해 지상에서 발사할 수 있다. 타이푼은 컨테이너 형태로 4기의 수직 발사대를 갖추고 있다.

토마호크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강화해 러시아의 군 지휘·보급·공항 시설은 물론 에너지 인프라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러시아의 정유·에너지 시설을 표적화하면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가속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토마호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더라도 실전 운용에는 몇 가지 제약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미사일과 발사대를 제공받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실전 운용하려면 최소 1∼2개월의 훈련과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제약 요인은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의존성이다.

토마호크는 미국의 항법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국이 정확한 목표 좌표와 레이더 회피 데이터를 제공해야 정밀하게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은 해당 좌표와 데이터를 제공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어떤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지를 통제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공격 목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WP는 전했다.

이 밖에도 토마호크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억제력 유지 등을 위해 비축해둘 필요가 있는 핵심 전략자산이어서 미군 내부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 연구원은 "토마호크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기존 작전을 보완하고 화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전쟁의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을 통해 러시아 내 정유시설·항구·군수창고·비행장·레이더 시설 등을 지속해서 공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이후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최소 58회 공격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일부 정유 설비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에너지 공급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자체 개발한 순항미사일 '플라밍고(Flamingo)'를 공개했다. 에호르 체르네프 우크라이나 의회 국가안보·국방·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미사일이 이미 실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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