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협상단, OMB 찾아 막판 조율
▶ 연 최대 확보 외화 200억달러 불과
▶ 투자시기 분산통해 충격 차단 총력
▶ 국내기업, 대미투자금 포함 방안도
▶ 트럼프 “선불로 지급” 재차 언급
▶ 협상력 극대화 위한 압박용 관측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할 예정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의 핵심 쟁점인 통화스와프 체결을 두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관세 협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16일 “한미 협상을 위해 정부가 단일안을 들고 간 것이 아니고 다양한 버전의 방안을 가지고 간 상태”라며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현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1 목표로 두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현금으로 집행하면 국내 외환시장에 쇼크가 나타날 수밖에 없어 안전장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세 후속 협상에 3500억 달러를 분할 투자하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를 3년 내 집행할 경우 연평균 1167억 달러(약 165조 원)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외환보유액 감소 없이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이 연간 최대 확보할 수 있는 외화는 200억 달러(28조 원)에 불과하다. 최대한 투자 시기와 금액을 분산 시켜야만 그나마 원화 가치 폭락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up front)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재차 언급한 점은 변수다. 하지만 조현 외교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일시불 요구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원화 계좌를 만들어 대미 투자액을 집행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우리가 투자액을 원화로 지불하면 미국 정부가 현지에서 달러를 조달해 투자하는 것이다. 이때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하지 않고 미국 현지 우리나라 기업 등이 보유한 달러와 바꾸는 방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달러가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충격이 덜할 수 있다”며 “다만 보유한 달러를 바꿔줄 기업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듯하고 우리나라의 부채도 증가할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금액을 패키지에 포함하는 방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당초 요구했던 무제한은 아니더라도 일정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방안도 여전히 유효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내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통화스와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우리나라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300억 달러 한도를 설정해 체결했던 방식이다.
미 연준의 ‘피마 레포’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준에 맡기고 단기적으로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제도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때 도입됐다. 사실상 ‘담보부 단기대출’이다. 브라질도 이 같은 방식으로 달러를 조달한 경험이 있다.
다만 한국 측과 미국 재무부가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방식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통화스와프는 양국 중앙은행 간 체결하는데 연준은 다른 국가와 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에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 재무부와의 협약 체결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미 재무부와 우리 사이에 무제한이든 유제한이든 통화스와프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외환 당국에 정통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통화스와프는 기본적으로 연준이 주관하고 재무부 프로그램 역시 뉴욕 연준이 대리하는 구조”라며 “통화스와프의 기본 구조가 시장 안정 원칙에 기반한 만큼 한미 스와프는 연준의 승인 범위 안에서 제한적인 금액 내에서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화스와프와 별개로 한미 통상 협상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대미협상단은 17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 DC에 머물고 있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OMB 논의에 참여한다. OMB는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을 총괄하는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해 통상협상 타결을 측면 지원하는 차원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 인력 문제 해소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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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서민우·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