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자전쟁 수습 후 우크라이나로 눈 돌리는 트럼프

2025-10-13 (월) 08: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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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백악관서 젤렌스키 만나기로…토마호크 지원 여부 주목

▶ 외교적 승리 모멘텀 활용 기대…러시아에 강한 압박 실행 여부 관건

가자전쟁 수습 후 우크라이나로 눈 돌리는 트럼프

지난 8월 알래스카에서 만난 푸틴과 트럼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의 휴전을 중개하는 데 성공한 후 우크라이나로 눈을 돌려 전쟁 종결을 주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잡하게 얽힌 또 다른 외교 난제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성공을 또다시 거둘 수 있기를 유럽 측이 희망하고 있다며 이를 둘러싼 여건을 분석했다.

13일 이스라엘과 이집트에서 열린 행사들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7일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차이점이 매우 많다.

중동에서는 처음 테러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이 지역에서 군사적 강자의 위치였지만, 유럽 지역에서 군사적 강자는 일방적 침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다.

또 트럼프가 중동에서 가자지구 휴전에 성공했다는 점 때문에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전쟁 전략을 변경할 이유는 없다는 게 미국과 유럽의 고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이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외교적 승리의 모멘텀을 붙잡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기회로 삼을 수는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프레드 프리츠는 "트럼프는 다른 주요 충돌들을 해결하기 위한 엄청난 레버리지를 갖게 됐다"며 "중재자로서, 평화를 가져오는 사람으로서 일을 잘한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하마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다른 모든 테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푸틴 역시 압박을 통해 평화를 수용해야만 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WSJ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용해야 할 교훈을 얻는다면 "압박"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는 유럽 고위 관계자들의 지적을 전했다.

가자 전쟁 휴전 중재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각각 압박을 가할 명분과 수단이 있었고 실제로 이를 이용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활동가 공격을 명분으로 9월 9일에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하자, 트럼프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20개조 평화안'을 수용토록 압박하고 카타르 총리에게는 공개 사과하도록 종용했다.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는 만약 하마스가 평화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외교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고, 이 와중에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 6만7천여명의 목숨을 빼앗은 군사적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러시아나 푸틴에 대해 트럼프는 이런 식의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인도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정작 러시아에 대해서는 주요 신규 제재 조치나 2차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에 가해진 가격 상한 제재를 피해 활동하면서 러시아의 자금줄 노릇을 하는 불법 유조선들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주(駐)나토 미국 대사를 지냈고 트럼프 집권 1기 때 우크라이나 협상을 위한 특별대표를 맡았던 커트 볼커는 "하마스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된 것은 압박 때문이었는데,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 아직 비슷한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고 WSJ에 지적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사거리 2천500㎞에 달하는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를 달라고 미국에 매달리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토마호크 미사일을 받게 될 경우, 장거리 드론보다 훨씬 강한 공격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미국은 지난여름부터 러시아 에너지 시설 등을 표적으로 한 우크라이나 드론의 장거리 공습 작전을 돕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밤 중동행 출장길에 오르면서 우크라이나가 토마호크 지원을 원하고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만약 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들(우크라이나)에게 토마호크를 보낼 것'이라고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하는 군사 문제 분석가 프란츠-슈테판 가디는 "어떤 압박을 가하든지 러시아가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은 항상 요인이 된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태가 커지도록 촉발할 수 있는 행동을 하려는 의향을 보인 적이 없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오히려 트럼프가 푸틴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휴전 조건을 정하고 여기에 서명하도록 젤렌스키에게 강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이런 가능성을 유럽 지도자들이 우려해 방지하려 해왔다고도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주변국 상황은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가 하마스를 압박하는 역할을 했던 가자 전쟁의 주변국 상황과는 판이하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입장이 변수다.

현재 경제·정치적 측면에서 러시아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지정학적인 최대 경쟁국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초강대국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은 심화해 왔으며 특히 최근 몇 달간은 무역과 전략자원 등을 놓고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하고 있다.

볼커 전 대사는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는 게 중국에 이익이 된다고 중국이 생각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중국이 러시아에 그렇게 말한다면 이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며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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