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신감 붙은 中, 희토류 무기화 한발 더…판 깨기엔 美도 부담

2025-10-12 (일) 0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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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틱톡 합의 결렬 원치 않을 것”

▶ 이번주 미국서 IMF·세계은행 연례 회의…미중간 협상 가능성

자신감 붙은 中, 희토류 무기화 한발 더…판 깨기엔 美도 부담

중국 무역항의 희토류 [로이터]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의 위력을 확인한 중국이 최근 '희토류 무기화'에 한발 더 나아가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예정됐던 미중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내비치다가 수습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판을 깨기에는 부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中 "마드리드 회담 후에도 美 새로운 제한조치 계속 내놔"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배경과 관련해 "특히 지난달 미중 간 마드리드 (4차) 무역 회담 이후 단기간인 20여일 동안 미국 측이 일련의 대중국 제한 조치를 계속 새로 내놨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상무부가 '통상 블랙리스트'를 확대해 중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활용해 규제를 우회하던 '구멍'을 메운 조치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행위는 중국의 이익을 심각히 침해하고 무역 회담 분위기를 심각히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 9일 사마륨·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고,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상태다.

이는 그동안의 미중 관세전쟁 과정에서 희토류의 중요성을 확인한 만큼, 미국의 '아픈 곳'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에 대한 새로운 수출제한 조치를 막기 위해 분명한 레드라인을 설정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초 발표한 상호관세 등을 통해 취임 후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추가 부과했고, 중국은 미국산 관세를 125%까지 끌어올린 데 이어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로 맞대응 한 바 있다.

양국이 5월 스위스에서 열린 1차 무역 협상을 통해 90일간 관세를 115% 포인트씩 낮추는 '휴전'에 합의했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계속됐고, 6월 2차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해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중국 측은 그러면서도 이번 조치가 신중한 대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수출 통제는 수출 금지가 아니며 규정에 부합하는 신청은 허가할 것"이라면서 "(공급망 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거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을 향해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면서 "중국의 반격 조치는 필요한 수동적 방어행위"라고 강조했다. 무역전쟁에 대해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에너지정책 연구원 린보창 원장은 신경보 칼럼을 통해 중국의 이번 발표에 대해 "중국에 대한 국제적 과학기술 봉쇄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성적 대응"이라면서 "중국의 조치는 미국과 비교해 대응성·비례성을 더 강조한다"고 했다.

◇ "트럼프, 틱톡으로 젊은 유권자에 호소…극단조치 않을 것"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맞서 '100%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 드는 등 공세를 펼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유화적인 발언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만 해도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가, 이후 다시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블룸버그는 미중 갈등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거론했고, 중국 싱크탱크 중국금융40인논단(CF40)은 미국이 중국보다 틱톡 합의 결렬을 견디기 힘들 것으로 평가했다.

CF40은 "트럼프 행정부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틱톡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압력이 있는 만큼 극단적 조치를 위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어 "미국 내에서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 등은 단기간에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관세율을 더 올려도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천원링은 차이나데일리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중국 경제전략에서 관세 위협이나 투자 제한 외에 건설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면서 이는 미국의 딜레마를 반영한다고 봤다.

그는 미국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면서 "미국과 국제 무역에 끼치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반복적으로 동일한 보호주의적 수단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르면 이번 주 미중 당국자들이 만나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3∼18일 워싱턴DC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연례 회의가 예정돼 있고 여기에는 중국 측 인사들도 참석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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