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삶은 최악… 그래서 기록자가 필요하다”
2025-10-13 (월) 12:00:00
손효숙 기자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의 현실은 너무나 참혹합니다. 인도주의적 전쟁이라는 인류의 보루가 무너졌어요. 더는 외면할 수 없었어요.”
아시아 분쟁 지역을 지원하는 한국 인권단체 ‘아디(ADI)’의 이동화(50) 사무국장은 단체의 창립 멤버이자 활동가다. 그는 9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여성 언론인을 키우는 ‘스피크업(Speak-up)’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시작한 스피크업 프로젝트는 이다와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가 협력해 가자지구 거주 지원자 중 25명을 선발한 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실무 교육을 받게 하고 취재와 기사 작성을 지원하는 언론인 육성 사업이다. “25명의 예비 언론인들은 지금 이 순간도 팔레스타인 전장과 난민캠프를 누비고 있어요. 비인도적 환경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현실을 스스로 발굴해 기록하자는 취지죠.”
2016년 창립한 아디는 세계 전쟁 인권 피해 사례를 기록 및 조사하고 이들을 위한 국제개발 협력 사업을 한다. 이 사무국장은 아디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으면서 주로 팔레스타인 지역을 담당한다. 언론인 육성 프로젝트를 개시한 지난해 2월은 가자지구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인 사망 뉴스가 전해지던 시기였다.
10여 차례 현지에 머무르며 참상을 목격한 그는 “무고한 이들이 매일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받고 있는데 ‘적이 공격하면 반격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현실과 다른 정치 논리만이 서구 언론을 통해 전파되니 전쟁의 참상을 전해야하는 인권단체로서 견디기 힘들만큼 괴로웠다”며 “단지 진실을 말하고 현장을 기록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현지 언론인들이 희생되는 모습을 보면서 더 늦기 전에 이들을 살리고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 20명 모집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에는 5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초 목표치를 넘긴 25명이 선발됐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열기에 대해 그는 “인권과 평화가 말살되고, 언론인마저 표적이 된 혹독한 현실이 오히려 저널리즘을 향한 열망을 깨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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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