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스패닉 남녀 2인조
▶ 한인상가서 절도 행각
▶ “바퀴 이상하다” 현혹
▶ 조수석 가방 등 털어가

건물 CCTV에 잡힌 2인조 절도단 모습. 히스패닉 여성(가운데)이 한인 운전자의 주의를 끄는 사이 남성 공범(맨 위)이 차량 안 가방을 훔쳐 빠져나가고 있다. [독자 제공]
LA 한인타운 한인 상가 등에서 대낮에 히스패닉 남녀 절도단이 주차된 차량 운전자들의 주의를 분산시킨 뒤 차 안에 있는 가방과 귀중품 등을 훔쳐 달아나는 절도 행각이 기승을 부리며 한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피해자인 한인 여성 이모씨는 지난 5일 오후 2시10분에서 15분 사이 8가와 하버드 블러버드에 위치한 상가 주차장에서 범행을 당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는 한 업소에서 짧은 볼일을 본 뒤 차량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는데, 그때 일당 중 한 명인 젊은 히스패닉 여성이 차량 바퀴를 살피는 척하며 이씨의 주의를 끌었다. 차의 바퀴가 이상하다며 차에서 내리게 만든 것이다. 이씨는 차에서 내려 바퀴를 살펴 본 후 “바퀴는 새 것이고 이상도 없는 것 같다”며 다시 차에 탔다. 그런데 이 씨가 차에서 내린 사이에, 반대편에 숨어있던 공범 남성이 몸을 낮춰 접근해 조수석 차량 문을 열고 김 씨의 가방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이씨는 가방이 사라진 사실을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온 뒤에야 인식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려고 가방을 찾았는데 없었던 것이다. 가방은 남자 공범이 반대편으로 접근해 빼갔다는 사실도 나중에 상가 건물 감시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이씨의 가방 안에는 다수의 크레딧카드와 신분증, 현금, 상품 영수증 등이 들어있었던 지갑, 중요한 비즈니스 서류, 많은 연락처와 자료가 담긴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는데 모두 통째로 도난당했다고 이씨는 밝혔다. 그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크다. 분실 신고와 재발급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비용보다 더 심각한 것은 중요한 비즈니스 서류다. 또한 많은 연락처와 자료가 담긴 휴대전화도 사적인 면 뿐 만이 아니라 직업적으로도 큰 문제라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낮 시간대, 그것도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에서 이런 일을 겪을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하버드와 8가 일대는 평소 한인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잠깐의 방심으로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추가 피해를 우려했다. 또한 그는 피해 신고를 위해 LA 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에 찾아갔는데 온라인 신고를 하라며 방법을 알려줄 뿐이었다고 밝혔다.
한인타운을 포함한 LA에서는 이 같은 ‘주의 분산 절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용의자가 피해자의 주의를 돌리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공범 또는 본인이 직접 귀중품을 훔치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수법으로는 길을 묻는 척 접근하는 것, 음료를 일부러 흘리는 행위,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 등이 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80대 초반의 한인 남성이 한인타운 4가와 버몬트 애비뉴 인근 테니스장 근처에서 피해를 당했다. 범인이 도움을 요청후 보답으로 반지를 선물로 끼워준다며 주의를 분산 시킨 뒤 피해자가 본래 끼고 있던 고가 반지를 훔쳐간 사례였다. 2월에도 한인타운에서 한 샤핑몰에 가기 위해 웨스턴 길을 걷던 60대 중반 한인 여성이 비슷한 수법의 팔찌 피해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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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