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나 한국으로 역이민을 간 시민권, 영주권자들 사이에서 해외 금융 계좌 신고, 즉 FBAR(Foreign Bank Account Report)는 공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신고를 안 하면 계좌 잔액의 30%가 벌금이라더라”, “재산의 절반을 빼앗길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 때문이다. 이런 걱정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거나, 심지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 ‘벌금 30%’ 소문의 진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대부분의 선량한 납세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과도한 걱정이다. 그렇다면 이 무시무시한 벌금에 대한 오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미국 정부는 2009년 고의적인 역외 탈세자들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해외 금융 계좌 자진 신고 프로그램(OVDP)’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자진 신고 시 벌금을 미신고 자산의 27.5%로 감면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원래 50% 이상의 벌금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었던 고의적 탈세자들에게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이 프로그램은 ‘비고의적’ 위반자들에게까지 잘못된 신호를 주었다. 규정을 몰랐거나 실수로 신고를 누락한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진 신고=자산의 약 30% 벌금’이라는 공식이 각인된 것이다. 이로 인해 자진 신고를 통한 문제 해결 대신, 불필요한 공포감만 확산되는 역효과가 발생했고, 시민권, 영주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등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 비고의적 미신고자를 위한 합리적 해결책, SFCP이와 같은 기존 사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방 국세청(IRS)은 2014년부터 한층 개선된 ‘해외 자산 자진 신고 간소화 절차(Streamlined Filing Compliance Procedures, 이하 SFCP)’를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신고 누락이 고의가 아니었던, 즉 ‘비고의적(non-willful)’ 위반자들을 구제하는 데 있다.
SFCP는 미국에 거주하는지 외국에 거주하는지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 미국에 거주하면서 해외 계좌 신고를 누락했다면, 지난 6년간의 해외 계좌 중 가장 높았던 연말 잔액의 5%를 벌금으로 납부하고 과거의 모든 위반 사항을 사면받을 수 있다. 한편,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5%의 벌금마저 완전히 면제되는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이 적용된다.
■ 완전한 사면의 길 ‘정상 참작’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거주자 역시 5%의 벌금 없이 사면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정상 참작(Reasonable Cause)’ 규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세법에서는 납세자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일반인으로서 기대되는 충분한 수준의 주의’를 기울였음을 입증하면, 비고의적 위반에 대한 벌금을 면제해 줄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예를 들어, 신고 규정 자체를 몰랐거나,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음에도 누락이 발생했거나, 문제를 인지한 후 자발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한 경우 등이 정상 참작 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 IRS는 이러한 경우를 위해 ‘DIIRS(Delinquent International Information Return Submission)’라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해두고, 납세자가 자신의 상황이 정상 참작에 해당함을 소명하면 벌금 없이 사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맺음말이처럼 현행법상 해외자산 자진신고제도는 대부분의 한인들에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 ‘30% 벌금 폭탄’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나, 훨씬 낮은 부담으로 과거의 문제를 깨끗이 정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해외 금융 계좌 미신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이제 떨쳐버려도 좋다. 미국 정부의 목표는 선량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데 있다. 과거의 실수가 있었다면 더 이상 숨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사면 프로그램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걱정에서 벗어나, 미국 세법상 거주자로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마음껏 활용하며 자산을 성장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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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