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APEC 앞둔 추석 접경지서 ‘이산가족’ 꺼낸 李대통령… ‘교류’ 의지

2025-10-03 (금) 09: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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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전망대서 “이산가족 생사확인·편지교환이라도…정치의 책임”

▶ ‘END 이니셔티브’ 첫 단계…대화 재개 의지 거듭 표명

APEC 앞둔 추석 접경지서 ‘이산가족’ 꺼낸 李대통령… ‘교류’ 의지

(강화=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추석 연휴 첫날인 3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실향민 가족들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10.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 첫날인 3일(한국시간)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교류를 제안했다.

남북 관계가 장기간 경색된 상태인 가운데 비정치적 사안부터 협력해 상호 신뢰를 쌓음으로써 관계 개선의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생사 확인이라도 하고 하다못해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남북의 정치의 책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에도 인도적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고려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무엇보다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END 이니셔티브'를 선보인 뒤 나온 구체적인 첫 교류 제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장의 대폭적인 관계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 정치적 부담이 덜하면서도 추진 명분이 큰 이산가족 문제를 고리로 북한과 대화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적 사안에 대한 교류를 시작으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 협상의 길까지 나아가겠다는 '로드맵'의 첫 단추로 이산가족 문제를 제시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산가족 '상봉'보다는 상대적으로 절차적 부담이 덜한 '생사 확인 및 편지 왕래'에 초점을 맞춰 조금이라도 실현 가능성이 큰 부분부터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공식 연설이나 성명이 아닌 분단의 가장 큰 '피해자'인 실향민들과 만남 장소에서의 우회적 언급을 통해 제안의 진정성도 확보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이제 고령인 이산가족으로서는 상봉이 아니라 당장 생사 확인이나 서한 교환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제4차 남북 이산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5천103명 가운데 75.5%가 북한에 있는 가족·친지의 생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생존 이산가족 중 30.7%가 90세 이상 고령에 80대와 70대가 각각 34.8%와 18.5%로 70대 이상이 무려 84%에 달하는 상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이번 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북·북미대화 가능성이 지속 거론되는 국면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현실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APEC 공식 참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APEC을 전후한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이 대통령의 제안이 사전 대화 분위기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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