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익률 안 나온다”… LA 신규 주택공급 ‘올스톱’

2025-10-02 (목)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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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공급량 10년래 최저
▶ 세금·규제·관세 등 겹악재

▶ 연기금 등 투자자 ‘엑소더스’
▶ 강력 이민정책·인력난 겹쳐

“수익률 안 나온다”… LA 신규 주택공급 ‘올스톱’

고율의 세금과 복잡한 규제에다 건축비 상승, 인력난 등 겹악재에 LA 신규 주택공급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A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 [로이터]

LA 주택시장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3개월간 LA에서 건설 중인 아파트 물량은 불과 1만9,000채 미만으로, 3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고율의 세금과 복잡한 규제, 관세로 치솟는 건축비, 이민 단속으로 인한 인력난 등 이중삼중 악재에 대형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일 LA 타임스에 따르면 웨스트사이드에 고급 아파트 단지를 막 완공한 개발업자 클리프 골드스타인은 “앞으로 또 다른 아파트 단지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투자자가 없는 개발업자는 옷을 벗은 왕과 같다”고 토로했다. 한때 한 번에 800세대 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아리 카한 역시 “2년 넘게 부지를 매입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개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LA 신규 아파트 건설은 작년 초부터 매 분기마다 감소세를 이어가며 10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특히 7월 다세대 주택 건축 허가 건수는 556건에 불과해, 2020년 같은 달 대비 무려 68% 급감했다.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샌호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LA 신규 공급의 씨가 마른 것은 장기 시계열로 살펴봐도 뚜렸하다. 1950년대 연간 7만채 이상을 기록하던 LA 신규 주택 공급은 2010년대 이후 1만5,000채에도 못 미쳤다. 지난 6년간 지어진 신규 주택 15만2,000채 중 절대 다수가 임대 아파트였지만, 저소득층이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은 고작 10%에 불과했다. 결국 신규 공급이 줄어든 사이 임대료는 치솟아, 새 아파트 임대료는 월 4,000~5,000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입자가 연간 최소 12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려야만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LA 주택공급이 멈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큰 손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장기 수익금이 필요한 연기금, 보험사 등 대형 투자자들은 “LA는 이미 레드라인이 그어진 지역”이라며 돈을 빼고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규제와 예측 불가능한 정책 탓에 수익 전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LA 시의회는 85피트(24.6m) 미만의 다세대 건축에 시간당 32.35달러의 최저임금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보험 공제 혜택까지 포함되면 건설업체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역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 가격은 지난해 9% 상승했고, 구리선·케이블은 14% 급등했다. 전미건설업체 협의회의 아니르반 바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의 충격이 건설 자재 가격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민 단속으로 외국인 노동력이 급감하면서 인력난은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캘리포니아 건설노동자의 61%가 이민자이며, 이 중 26%는 서류 미비자인데, 이들의 이탈은 건설 마비를 불러오는 동인이다.

개발자들은 현재와 같은 공급부족이 계속될 경우 “임차인들이 더 멀리 밀려나고 통근 시간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USC 부동산 센터는 LA 전역의 주택 재고가 노후화·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저렴한 주택 공급은 사실상 실종 상태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반등을 기대하며 움직이고 있다. 맥코트 파트너스의 조던 랭 대표는 “경쟁이 줄어든 지금이 다음 주기를 준비할 적기”라며 토지 매입에 나섰다. 그는 “6개월에서 3년 안에 자본이 다시 흘러들어올 것”이라며, 그 시점에 맞춰 착공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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