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이나 경찰·당국 등 겨냥…모방 범죄 잇달아
▶ 이민단속국 “보안 체계 강화”…주변 옥상 점검 요구 높아져

지난 25일 텍사스 댈러스 ICE 주변 건물 옥상 조사하는 FBI 요원들[로이터]
미국에서 지난해부터 특정 정치인이나 당국 요원·건물 등을 겨냥한 '저격형' 총기 범죄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라고 미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지난 24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건물을 겨냥한 총격 사건은 불과 2주 전에 벌어진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과 비슷한 범행 수법으로 충격을 줬다.
두 사건에서 모두 총격범이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훈련받은 저격수들처럼 특정 대상을 겨냥해 소총을 발포했다는 점이 일치했다.
실제로 이번 ICE 총격범 조슈아 얀(29)은 주변 건물을 조사하는 등 수개월간 범행을 계획했으며 인터넷에서 '찰리 커크 피격 영상'을 여러 차례 검색했다고 연방수사국(FBI)은 밝힌 바 있다.
총기의 탄피에 범행 동기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적은 점도 흡사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총격범 얀은 탄피에 "ICE 반대"(ANTI-ICE)라는 문구를 남겼고, 커크 암살범으로 체포돼 기소된 타일러 로빈슨(22)은 탄피에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고 적어놨다.
과거 미 비밀경호국 고위 요원을 지낸 돈 미할렉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원거리 총격은 새로운 현상이며, 이는 모두 버틀러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버틀러 사건이란 지난해 7월 13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도중 피격된 사건을 일컫는다.
총격범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20ㆍ사망)는 인근 건물 옥상에서 소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여러 발을 사격했고, 총알 한 발이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스치면서 상처를 입혔다. 총격범은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미할렉은 이 사건이 "여러 측면에서 다른 이들에 의해 모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1년 2개월여간 최소 7건의 저격형 사건이 발생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미국 역사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암살된 사건 등 저격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저격 사건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조지아주 부보안관 출신이자 저격수 대응 전문가인 제시 햄브릭은 ABC 인터뷰에서 "이것이 우리의 폭력 범죄 역사에서 총기 난사 유형을 뒤따르는 다음 장(next chapter)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암살 미수 사건 이후 두 달 만인 작년 9월에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골프장에서 비밀경호국 요원이 또 다른 저격 암살 시도를 저지하기도 했다.
또 같은 달 켄터키주 고속도로 고가도로에서 30대 남성이 소총으로 12대의 차량을 공격해 8명을 다치게 한 사건과, 올해 8월 60대 남성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2명의 경찰관을 소총으로 쏴 다치게 한 사건, 같은 달 코로나19 백신에 불만을 품은 30대 남성이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건물에 총격을 가한 사건 등이 었었다.
이번에 범죄 표적이 된 ICE의 국장 대행 토드 라이언스는 전국 ICE 시설의 보안 프로토콜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언스 국장 대행은 "당연히 다음 단계는 우리 요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특히 공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일 밤 모두가 무사히 귀가하는 것이 내 가장 큰 주안점"이라고 말했다.
저격수 대응 전문가 햄브릭은 "이제 법 집행기관은 주변 건물 지붕까지 안전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비밀경호국 고위 요원 미할렉은 드론을 이용해 건물 상부를 살피는 작업이 일상화하면 법 집행기관이 요원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드론은 특히 ICE를 비롯한 많은 법 집행기관 작전에서 표준 절차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