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도된 공격 주장…美언론 “에스컬레이터·자막기 고장 모두 백악관 직원 탓”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탄 뒤 멈춰선 에스컬레이터[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유엔총회 연설 때 에스컬레이터와 텔레프롬프터(자막기)가 고장 나고 연설 음향이 끊긴 것 등을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라고 문제 삼으면서 조사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유엔에서 어제 정말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한두 건이 아니라 3건의 매우 사악한 사건이 있었다"며 전날 자신의 뉴욕 유엔본부 방문 및 총회 연설 때 벌어진 일들을 언급했다.
먼저 총회장에 올라가기 위해 탄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춰 섰고, 자신과 영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다칠 뻔했다면서 "이는 분명 사보타주였다"고 했다.
그는 특히 '유엔 직원들이 에스컬레이터를 끄는 농담을 했다'는 하루 전 영국 매체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이를 저지른 자들은 체포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연설을 시작할 때 자막기가 고장 난 사실을 거론하면서 "완전히 캄캄했다. 나는 즉시 '와우, 첫 번째 에스컬레이터 사건에 이어 이제는 텔레프롬프터 고장이다. 여기는 어떤 곳이지'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는 또한 "세번째로, 연설을 마친 후 나는 연설 음향이 완전히 끊겼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연설 후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에게 "한마디도 못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우연이 아니다. 유엔에서의 3중 사보타주"라며 "그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 서한 사본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낼 것이며,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한다. 유엔이 존재 이유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 정지 버튼을 포함해 에스컬레이터의 모든 보안 카메라 영상 테이프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비밀경호국(SS)이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도된 공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이같은 해프닝은 실제로 행사를 준비하던 백악관 직원들의 탓이 크다고 AP통신은 이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관계자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 자막기를 작동시키고 있던 쪽은 백악관 측이었다고 전했다.
백악관 직원들의 조작 실수로 자막기가 고장난 것이지 유엔 측의 미흡한 운영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춘 것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위쪽으로 올라가 있던 미국 대표단 소속 영상 촬영 담당자가 에스컬레이터 상단의 운행 정지 장치를 작동시켰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안전장치는 사람이나 물체가 에스컬레이터에 끼거나 끌려들어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됐다"며 "촬영자가 우연히 이를 작동시켰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최근 뉴욕과 제네바에 있는 유엔 건물에서 비용 절감 조치의 하나로 종종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운행이 중단된다며, 이번 일의 원인과는 관계없지만 유엔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멈추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국제기구 최대 지원 국가인 미국의 자금 지원이 지연된 데 기인한다"며 유엔 재정난을 초래한 미국의 일방적인 분담금 미납 조치를 에둘러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