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의 술도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국제 공동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적당한 음주가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더미러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예일대 공동 연구팀은 55만 9559명을 대상으로 장기간 건강 정보를 추적·분석한 결과 음주 여부와 관계없이 소량의 술도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와 미국 백만 참전용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의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조사 기간 중 1만 4540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과 주당 40잔 이상 마시는 과음자는 주 7잔 미만을 마시는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41% 높았다. 특히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위험이 51%까지 치솟았다.
연구진은 또 240만 명이 참여한 유전체 연관성 연구(GWAS)를 활용해 유전적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주간 음주량·위험한 음주 행태·알코올 의존증 등 모든 지표에서 유전적으로 음주 관련 위험이 큰 사람일수록 치매 확률이 함께 증가했다.
옥스퍼드대 인구보건센터의 아냐 토피왈라 박사는 “소량의 음주가 뇌 건강에 이롭다는 기존의 믿음은 잘못됐다”며 “유전학적 증거에서도 보호 효과는 전혀 없고 오히려 반대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벼운 음주조차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인구 전체의 음주량을 줄이는 것이 치매 예방에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자인 예일대의 조엘 겔러너 교수도 “과거에는 적당한 음주가 뇌 건강에 유익하다는 의학적 지식이 통용됐지만 이번 연구가 그 인식을 바로잡는 증거가 됐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 통계학자인 스티븐 버지스 박사는 “유전적 특성의 무작위성 덕분에 음주량이 많은 집단과 적은 집단을 비교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며 “특정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술을 마시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음주량이 많을수록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치매 예방 차원에서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음주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