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1B 수수료 인상에 대기업·스타트업 ‘빈익빈부익부’ 심화

2025-09-23 (화) 0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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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소규모 기업에 불균형 타격… ‘미국인 채용하자’ 기업 없을 것”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의 대폭 인상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주요 기술 기업 등 대기업은 대폭 인상된 수수료를 감당할 자금력이 있지만, 스타트업은 제한된 자금 탓에 인재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1천 달러인 H-1B 비자 수수료를 100배인 10만 달러로 대폭 인상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NYT는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는 스타트업의 꾸준한 혁신 위에 구축돼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장차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다"며 "그러나 이번 변화는 수십억 달러 자금을 가진 기존 대기업들에 유리한 쪽으로 저울추를 기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자금이 제한된 상황에서 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새로운 비자 수수료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H-1B 비자 신규 신청자에게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뒤 기술 업계 리더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델브(Delve)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셀린 코칼라르는 "이번 변화가 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은 항상 자금이 빠듯해 대기업처럼 여유롭게 돈을 쓰거나 사치스러운 선택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팔로알토의 이민 법률 서비스 스타트업 알마(Alma)의 최고경영자(CEO) 아이자다 마랏도 "이 변화는 소규모 기업에 불균형적인 타격"이라며 "우리는 오픈AI나 메타와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알마는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한다. 마랏은 "10만 달러 수수료가 고정된다면 H-1B 프로그램을 통해 신규 인력을 고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넷플릭스 공동창업자이자 회장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반겼다.


그는 지난 20일 소셜미디어에 "10만 달러 수수료는 훌륭한 해결책"이라며 "이는 H-1B 비자가 매우 높은 가치의 일자리에만 쓰이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H-1B 비자 수수료 인상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과 AI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특히 그렇다.

알마의 이민 전략 책임자 지한 멀린은 "이 수수료가 단기간에 미국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런 정책 변화는 기업들이 미국에 회사를 세울지 두 번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사 레드 글래스 벤처스의 매니징 파트너 빌랄 주베리도 "이런 변화는 미국의 핵심 인재 유입 경로를 흔들고, 글로벌 AI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해칠 것"이라며 "이건 자기 발등을 찍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약 30∼40개 스타트업이 이번 변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수료 때문에 '그럼 그냥 미국인 채용하자'라고 생각할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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