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유엔트럼프 “유엔, 잠재력 전혀 발휘 못해…기후변화는 大사기극”

2025-09-23 (화) 10: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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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만에 다시 찾은 유엔총회 연단서 유엔 향해 거침없는 독설
▶ “내가 유엔 대신해 전쟁해결할 때 유엔서 전화 한 통 없었다”

▶ “불법으로 미국에 오는자 감옥행”…자신의 강경 이민정책 따를것 권고
▶ 유럽 향해 “러에너지 구매 즉시 멈추라”…북핵등 한반도 정세 언급없어

트럼프, 유엔트럼프 “유엔, 잠재력 전혀 발휘 못해…기후변화는 大사기극”

유엔 총회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6년만에 유엔 총회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을 향해 국제분쟁 해결에는 무능한 반면, '사기'나 다름없는 기후위기론 설파와 불법 이민자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자신이 집권 2기 들어 전 세계에서 7개의 분쟁 종식을 중재한 점을 부각하며 "유엔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해야 했다는 게 안타깝다(too bad)"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슬프게도 모든 사례에서 유엔은 어떤 도움도 주려 하지 않았다"며 "나는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고,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과 협상했지만, 유엔으로부터 협상 타결을 돕겠다는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들 전쟁을 멈추고 수백만명을 구하기 위해 분주했는데, 유엔은 거기에 없었다"며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이 하는 일은 정말 강경한 어조의 편지를 보내는 것뿐인데 후속조치는 전혀 없고, 공허한 말뿐이다. 공허한 말로는 전쟁을 해결하지 못한다. 전쟁을 해결하는 것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쟁 종식 노력을 열거하면서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어 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모두가 이 모든 업적 하나하나에 대해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며 "나에게 진정한 상은 수백만명이 끝없이 이어지는 영광 없는 전쟁에서 더 이상 죽지 않고, 아들과 딸들이 살아남아 부모와 함께 자라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마음을 쓰는 것은 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이 주도해온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저감 정책에 대해서도 "전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독설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2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2000년까지 전세계적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유엔 관리는 1989년에 10년 안에 전체 지구 국가들이 지구온난화로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무슨 일이 벌어지든 기후변화가 되는 것"이라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지구 냉각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상을 향해 "이 '녹색 사기'(green scam)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의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탄소 발자국'(온실가스 배출량)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꾸며낸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탄소 발자국을 줄인 결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생산 시설이 붕괴된 사이에 "(더 많은 탄소가) 중국과 그 주변에서 번영하는 다른 나라들에서 나왔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모든 다른 선진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엔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난민 지원 정책을 겨냥했다.

그는 "2024년에 유엔은 약 62만4천명의 이주자가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3억7천200만달러의 현금 지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며 "유엔은 불법체류자들에게 음식, 숙소, 교통편과 직불카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은 침략을 막아야 하는 곳이지, 그것을 만들어내거나 자금을 대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불법이민과 고비용의 이른바 그린 재생에너지가 자유로운 세계와 우리 지구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민정책에 대해 "우리의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다"며 "만약 당신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다면 감옥에 가거나, 당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어쩌면 더 먼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국들이 잇달아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데 대해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만행에 대한 너무 큰 보상이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갈등을 부추기기라도 하는 듯, 이 기구(유엔)의 일부 나라들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일방적으로 인정하려고 하고 있다"며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서방국들이 최근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인정한 것을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가 만약 종전 합의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피를 매우 빠르게 멈추게 할, 매우 강력한 관세 조치를 실행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그 조치가 효과가 있으려면, 유럽 국가들이 동일한 조치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주요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조차도 러시아산 에너지와 관련 제품을 끊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지금 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하는 행동은) 러시아와 싸우는 동시에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는 것"이라며 "즉각 러시아로부터의 모든 에너지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신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유엔총회 연단에 섰다. 그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은 집권 1기 3년차였던 2019년 연설 이후 6년 만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화상 연설로 대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57분간의 이날 연설에서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북한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에 관심을 표명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 계기에 반응을 보일지 주목됐으나 관련 언급은 없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직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양자 회담에서 "미국은 유엔을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내가 유엔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유엔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왜냐하면 세계 평화와 관련해 유엔이 가진 잠재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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