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립기관 FTC 위원 면직’ 트럼프 손들어준 대법원

2025-09-22 (월) 07: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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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판례 따른 효력정지 조치, ‘긴급사건 처리’ 동원해 무효화

▶ 올해 12월 본안사건 변론기일…1935년 판례 공식 폐기 수순 전망

독립성이 보장되는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위원을 법에 정해진 사유 없이 면직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연방대법원이 손을 들어줬다.

22일 내려진 이번 임시 결정은 기존 연방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연방대법원에서 6대 3으로 다수인 보수파 대법관들이 본안 심리를 거쳐 기존 판례를 공식적으로 폐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긴급 명령을 내려 리베카 켈리 슬로터 위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면직조치의 효력을 되살리고 올해 12월에 본안 사건의 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FTC 등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관'의 수장들이나 위원들은 'INM', 즉 '비효율성, 직무 태만 또는 업무상 위법 행위'(inefficiency, neglect of duty, and malfeasance in office)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어야만 면직할 수 있도록 법률로 정해져 있고, 비위 외의 사유로는 임기 도중 면직이 불가능하다.

1935년 연방대법원이 내린 '험프리의 유언집행인 대 미합중국' 판례는 이런 법률 조항에 의해 준입법기관·준사법기관 성격을 지닌 행정부 내 독립기관들에 대한 대통령의 공무원 면직권과 행정 권한이 제한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

당시 판례의 사건도 대통령이 FTC 위원을 법에 정해진 사유 없이 면직한 데 따른 것이었다.

FTC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정원이 5명이며, 대체로 대통령이 속한 여당 몫의 위원이 위원장 1명과 평위원 2명 등 도합 3명, 야당 몫의 위원이 2명이다.

슬로터 위원의 임기는 2029년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에 슬로터 위원과 알바로 베도야 위원 등 민주당 몫 위원 2명 모두를 법에 정해진 사유 없이 면직했다.

두 사람 모두 면직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으나, 이 중 베도야 위원은 수입 없이 장기간 소송전을 벌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6월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소송을 중도에 포기했다.

슬로터 위원에 대한 면직 조치는 기존 연방대법원 판례를 따른 연방지방법원과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됐다가, 9월 초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임시결정으로 면직조치의 효력을 부활시킨 상태에서 연방대법원이 '긴급사건 처리'(emergency docket) 방식으로 하급법원의 결정을 검토해 왔다.


연방대법원의 보수성향 대법관 6명을 제외한 진보성향 대법관 3명은 다수 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을 집필한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연방대법원 다수파가 "이 모든 (독립) 기관들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대통령에게 넘겨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대통령이 무슨 이유로든, 또 이유가 없더라도, 누구든지 면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독립)기관들의 초당파성과 독립성을 말살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다수파의 의견이라며 "(연방대법원) 다수파는 그렇게 말하지만 의회는 다르게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건 대법관은 1935년 연방대법원 판례 사건에서도 이번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FTC 위원 면직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주장이 나왔으나 인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다수파가 판례를 뒤집으려고 "열망"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기존 판례에 효력이 있는데도 이에 반하는 조치를 내리기 위해 '긴급사건 처리'(emergency docket)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케이건 대법관은 또 연방대법원의 긴급사건 처리가 권한을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이전하고 나라의 권력분립을 재편하는 데에 이용돼서는 안 되는데도 그렇게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과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도 케이건 대법관의 반대의견에 동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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