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은, 이승만까지 거론하며 “통일은 없다”… ‘두 국가론’ 쐐기

2025-09-22 (월) 09: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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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의 영토조항 문제삼으며 “적대적 본성 성문화”

▶ 국내 일각 ‘두 국가론’ 수용 분위기도…개헌 과정 주목

김정은, 이승만까지 거론하며 “통일은 없다”… ‘두 국가론’ 쐐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로이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대화 거부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에 쐐기를 박았다.

최근 이재명 정부 일각에서 '두 국가론'을 수용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는 상황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남북관계 성격 규정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김정은, 헌법 영토조항 문제삼으며 "적대적 본성 성문화"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2023년 말 처음으로 두 국가론을 꺼냈던 그는 "조선반도의 절반 땅에 단독정부를 조작한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리승만과 그 패당이었다"면서 1950년 북한의 남침에 대해선 침묵하고 분단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8년 7월 흡수통일 의지가 담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조문이 포함된 헌법을 공포했다면서 "우리 국가에 가장 적대적인 태생적 본성을 성문화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정권이 10여차나 바뀌고 헌법은 9차나 개정되었지만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병탄을 목표로 한 헌법의 영토조항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두 국가'의 현실이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왔다"며 "정전협정은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반도에 두 개의 교전국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 앞에서 공식 확인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면서 "국제적으로 완전히 두 개 국가로 고착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한을 겨냥해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라고 독설을 섞어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주정치와 사대매국정치가 합치될 수 없고, 자위국방과 종속국방이 병합될 수 없으며, 자립경제와 식민지 하청경제가 결합될 수 없고, 사회주의 문화와 양키 문화가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뻔한 이치"라고 강조했다.

◇ 정동영 "평화적 두 국가론 전환이 대북정책 핵심"

김 위원장이 거듭 '두 국가론'을 강조하며 "통일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국내에서도 북한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을 중심으로 일각에선 '두 국가론'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남북이)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 통일하지 말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임 이사장의 주장이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평화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국제 한반도 포럼 개회사에서 "남북이 지금처럼 긴장하고, 대립하고, 적대하며 살 수는 없다"며 북한이 "두 국가론을 유지한다고 할지라도 적대성을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점은 적대성을 해소하는 데 맞춰야 한다"며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 우리 대북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헌법의 영토 조항을 콕 집어 문제 삼으면서 향후 개헌 과정에서 통일이나 영토 조항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헌법 개정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확정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쟁점이겠지만, 영토 조항과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한 헌법 4조 등은 어떻게 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 김정은, 사상이완 경계…"변질시키려는 적들과 투쟁"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북한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있으며 사회 분위기도 잘 잡혀있다고 자평하면서도 주민들의 사상 이완을 경계했다.

그는 농업 부문에서 "올해 올곡식 생산과 수매 계획이 초과 완수"됐다면서 작황이 좋다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파병된 해외작전부대 참전자와 그들의 유가족에게 전사회적인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훌륭한 기풍"이라고 치하했다.

다만 "그들을 돌보는 것은 전적으로 당과 국가의 책임"이라며 기부 당사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사의를 표할 것을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외부 문물 유입이 늘어난 것을 우려하며 내부 통제에 더욱 힘쓰라는 발언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법기관들에서는 최근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데 맞게 우리 제도를 침식시키고 우리 공민들을 변질시키려는 적들의 준동과 사회정치적 안정을 파괴하는 온갖 범죄 행위들과의 투쟁을 더욱 책략적으로, 공세적으로, 전면적으로 엄격히 벌려야 하겠다"고 지시했다.

러시아, 중국과 인적 교류가 부쩍 늘어나는 과정에서 외부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두섭 북한 사회안전상은 지난 2일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러시아 내무부 장관과 만나 치안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수배자 추적 및 체포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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