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법원 한인 판사까지 쫓겨났다

2025-09-19 (금) 06:44:21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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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수 첫 한인 연방이민법원 판사

▶ 이달 초 이메일로 해임 통지 받아 높은 망명허용률 해임사유 추측

이민법원 한인 판사까지 쫓겨났다

김광수(사진)

한인 최초로 연방 이민판사로 임명돼 맨하탄 연방이민법원에서 재직했던 김광수(사진) 판사가 돌연 해임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 판사는 이달 초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이상 연방 이민판사가 아니라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유감”이라며 “어제 오후 늦게 연방법무부 산하 이민심사집행국(EOIR)으로부터 이민판사 해임 통보 이메일을 받았다. 40년 넘게 일하면서 해고된 적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뉴욕 지역매체 ‘더시티’는 지난 4일 김 판사가 난민 사건 심리를 진행하던 중 해고 통보가 담긴 이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판사는 “심리를 중단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판사는 “16세 때 이민을 왔고, 미국 시민이 되면서 이 위대한 나라를 내 조국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판사는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와 학업을 마치고 퀸즈 플러싱에서 이민 전문 변호사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지난 2022년 한인 최초로 연방 이민법원 판사로 임명됐지만, 3년 만에 돌연 해임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민심사집행국은 김 판사 해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김 판사 해임 이유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반이민 기조가 뚜렷해진 상황 속에서 김 판사가 뉴욕시 이민판사 가운데 망명(Asylum) 신청 승인율이 가장 높았던 점을 해유 사유로 추측하고 있다.

시라큐스대 산하 업무기록평가정보센터(TRAC)가 지난 2019~2024회계연도 동안 이민판사별 망명 신청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 판사는 판결을 내린 349건 가운데 승인율이 96% 이상을 기록했다. 한 한인 이민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친이민 성향을 보이는 판사들을 해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판사 외에도 뉴욕시 이민법원에서 일했던 또 다른 이민자 판사 카르멘 마리아 레이 칼다스도 지난달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들 판사는 “몇주 전부터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법원 복도에 매일같이 나타나 혼란스러웠다”며 “체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정에 출석하는 이민자가 점점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자 체포 및 구금이 늘어나면서 이민법원의 소송 업무는 370만 건 이상이 적체된 상태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올 초부터 김 판사와 같은 숙련된 이민판사들을 해고하고 대신 이민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군 법무관 수백 명을 투입해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이민판사 노조에 따르면 100명 이상의 이민판사들이 해고되거나 자진 사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김 판사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충분한 훈련과 경험을 갖춘 이민 판사들을 계속 해고한다면 어떻게 적체된 업무를 줄일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까지 이민법 관련 어떠한 일이든 기꺼이 하려 한다는 김 판사는 “여전히 이 나라는 위대하고 정의와 민주주의는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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