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살 이전엔 MMRV 접종 말아야”…케네디 백신 제동 본격화
▶ 생후 첫날 B형간염 접종·코로나19 백신 접종자격 19일 논의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선정한 백신 자문위원회가 18일 4세 이전에는 홍역·볼거리·풍진·수두(MMRV)를 한번에 예방하는 혼합백신을 접종하지 말라는 새로운 권고안을 제시했다.
기존 위원이 전원 해임된 후 논란 속에 구성된 새 자문위의 권고안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백신 접근성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케네디 장관이 불러온 미국 백신 정책 관련 혼란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이날 회의에서 4세 이전에는 MMRV 혼합백신을 접종하는 대신 MMR(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과 수두 백신을 각각 접종하게 하라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이 자문위는 이미 승인된 백신에 대한 사용방법을 CDC 국장에게 권고하는데 CDC 국장들은 이를 거의 대부분 수용해왔다.
자문위는 1∼2세를 대상으로 하는 1차 접종에서 MMRV 혼합백신 접종이 MMR, 수두 백신 별도 접종에 비해 발열성 경련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런 권고안을 도출했다. 접종 후 경련은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권고안 확정 투표에서 찬성은 8명, 반대는 1명이었으며, 3명은 기권했다.
위원회는 2009년에도 이 문제를 다룬 바 있고, 당시 2가지 접종 방식을 모두 허용하면서 일반적으로는 별도 접종을 권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1차 접종의 85%는 별도 접종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권고안이 부모들 사이에 근거없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접종 접근성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MMRV 백신 제조사인 머크는 이번 권고안이 미국 내 백신 접종률이 많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접종 완료율과 적시 접종률을 저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혼합백신은 접종을 위해 의료기관을 여러 번 방문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지역 보건부 책임자인 마이세이카 로버츠 박사도 혼합백신이 미국에 막 도착한 이주자처럼 동시에 많은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경우 등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다만, 발열성 경련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접종 지침의 일부 수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문위는 산모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아니면 신생아가 생후 1개월이 될 때까지는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지 않도록 하자는 권고안에 대한 표결은 19일로 연기했다.
B형 간염 백신은 현재 출생 후 24시간 이내에 접종되고 있다. 산모의 보균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생아의 감염을 빠르게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자문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출생 첫날 접종과 관련해 '아기에게 어른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 부모는 동의 없이 출생시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의료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등의 견해를 표명했다.
자문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자격에 대해서도 19일에 새 권고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백신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해 온 케네디 장관은 취임 이후 백신 연구 예산을 삭감하고 예방접종자문위원회를 물갈이하는 등 '백신 정책 뒤집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