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법무장관, “증오표현 처벌” 위협 발언 ‘내로남불’ 논란
2025-09-18 (목) 12:00:00
▶ 커크 순교자 만들기 과정
▶ ‘좌파 입틀막’ 노리려다
▶ 우파 성역 ‘표현자유’ 침범

팸 본디 법무장관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충성파 팸 본디 법무장관이 지지 세력인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집권 공신인 찰리 커크를 우익 순교자로 신격화하려는 정권 수뇌부 방침에 맞춰 고인을 비난하는 좌파의 입을 법으로 틀어막으려다, 미국 우파가 성역으로 생각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범하면서다.
본디 장관은 지난 16일 엑스(X)에 “선을 넘어 폭력 위협으로 향하는 증오 표현(hate speech)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것은 범죄”라고 적었다. 누군가를 죽이라고 요구한다든지 개인 신상을 털어 가족을 위험에 빠뜨린다든지 하는 짓을 예로 들면서다.
이는 자신의 발언을 수습하기 위한 해명 성격이었다. 본디 장관은 전날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배우자인 케이티 밀러와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찰리에게 일어난 일(피살) 이후 우리 사회에 증오 표현의 자리는 없다”며 “당신이 누군가를 증오 표현의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당신을 표적으로 삼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디 장관은 곧장 자신이 속한 진영의 유명 인사들로부터 비난을 들어야 했다. 사실 그동안 증오 표현에 대한 규제를 표현의 자유를 들어 강하게 반대해 온 것은 성소수자나 노숙자, 무슬림 등에 대한 증오 표현을 소셜미디어와 팟캐스트에서 떠들어 온 우파 진영이었기 때문이다. 폭스뉴스의 베테랑 진행자인 브릿 흄은 X에 “소위 ‘증오 표현’이 아무리 역겨워도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것을 누가 본디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여파는 이튿날도 이어졌다. 우파 정치평론가 에릭 에릭슨은 자신의 라디오 쇼에서 “법무장관이 이 나라에 증오 표현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롭지 않다”며 “민주당이 권력을 되찾는 순간 그것은 여러분에게 불리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수정헌법 1조의 기본적 이해를 법무장관에게 기대하는 게 지나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중도지인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에서 “추악한 표현, 역겨운 표현, 사악한 표현이 있지만 증오 표현은 미국에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커크의 지난해 발언을 인용하며 “커크의 유산을 기리는 방법은 그가 개탄했던 정부의 검열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이라고 꼬집었다.
본디 장관이 앞에서 매를 맞았지만, 커크 추모 분위기를 해칠 불온 발언의 봉쇄에 나선 정부 핵심 인사가 그만은 아니다. J.D. 밴스 부통령은 전날 커크 대신 진행한 팟캐스트 쇼에서 커크 피살을 축하하는 사람을 볼 경우 그의 고용주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 해고당하게 만들라고 선동한 것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커크의 죽음을 축하하는 외국인들의 비자를 취소하고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연방 하원의장은 이날 취재진에 커크 사망의 조롱을 형사 처벌하기는 힘들지만 그게 해고의 이유는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