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금빛마차 타고 英윈저성 ‘행차’…왕실 특급의전

2025-09-17 (수) 10: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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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美독립 문서 둘러보며 “와우”…찰스 3세와 시종 담소

▶ 의장대 사열중 찰스 3세 앞질렀지만 2019년 결례 논란은 피해
▶ 윈저·런던서 시위 “전쟁·인종주의·기후혼란 반대”

트럼프, 금빛마차 타고 英윈저성 ‘행차’…왕실 특급의전

찰스 3세 국왕(왼쪽)과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찰스 3세 국왕을 비롯한 영국 왕실 주요 인사들이 17일(현지시간) 윈저성에서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영국을 두번째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성대한 환영식으로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인 2019년 6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영국 왕실은 전통적으로 외국 국가수반을 두 번째 임기에는 국빈 초청하지 않는다.

16일 저녁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미국 대사관저 윈필드 하우스에서 밤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으로 윈저에 도착해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의 환영을 받았다.


이어 윈저성 앞에 마중 나온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도 만났다. 이때 윈저성과 런던탑에서는 4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왕실 상징물로 장식된 화려한 금도금 마차 '아일랜드 국가 마차'에 올라 영국 왕실 근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윈저 부지를 가로질러 성으로 들어섰다.

이 마차는 국왕이 의회 개원식에서 '킹스 스피치'를 위해 이동할 때 타는 마차이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결혼식에도 사용됐다. 영국 왕실이 트럼프 대통령을 얼마나 성대하게 맞이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커밀라 왕비와 멜라니아 여사는 '스코틀랜드 국가 마차'에 함께 올랐다. 커밀라 왕비는 파란색 정장과 모자를,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넥타이 색과 비슷한 자주색 챙 넓은 모자를 썼다. 왕세자빈은 붉은 정장 차림이었다.

이어 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은 윈저성 내 공식 환영식장에서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번 환영식에 영국군 1천300명과 말 120필이 동원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의장대 사열 중 트럼프 대통령이 찰스 3세보다 앞서 걸었는데, 이는 찰스 3세가 그렇게 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손짓하고 난 후였다. A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2019년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앞서 걸었다가 외교적 결례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를 피한 것이라고 짚었다.

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은 마차 행렬부터 의장대 사열에 이르기까지 환영식 내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어 윈저성 내에서 비공개 오찬을 했다.

왕실 수집품 전시를 둘러보던 중 미국 독립에 관한 자료들을 본 트럼프 대통령은 "와우"라는 감탄사를 내뱉었고 찰스 3세는 "아주 멋지다"고 말했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독립 선언 250주년 기념 수제 가죽 책과 2025년 1월 취임식 당일 버킹엄궁에 걸렸던 영국 국기, 영국 디자이너 아냐 하인드마치 핸드백 등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왕 부부에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검 복제품과 티파니 빈티지 브로치로 답례했다. 또 윈저성 성조지 예배당을 찾아 이곳에 안장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묘에 헌화했다.

당초 방위·안보 협력을 상징하는 뜻으로 F-35 전투기를 포함해 미군·영국군 합동 공중분열이 펼쳐질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취소되고 영국 곡예비행단 레드애로스만 참여했다.

이날 저녁에는 국빈 방문의 하이라이트인 국빈 만찬이 열린다.

윈저 일대에서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윈저성 주변에는 철제 장벽이 설치됐다. BBC는 수년간 윈저성에 많은 국가수반과 고위급 사절단이 다녀갔지만 이같은 수준의 보안은 본 적이 없다고 짚었다.

BBC 방송은 이번 국빈방문이 21세기 기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을 채워준다고 짚었다.

윈저성 인근에는 관광객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자도 수십명 있었다. 이들은 "가버려라. 당신이 윈저를 오염시키고 있다", "당신이 하는 정치에선 구린내가 난다"고 쓴 팻말을 들었다.

윈저성에서 동쪽으로 30㎞ 떨어진 수도 런던 도심에서는 트럼프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약 50개 단체, 3천명이 참여했다고 PA 미디어는 전했다.

시위자들은 "트럼프를 저지하라", "이스라엘 무기 제공 중단", "전쟁, 인종주의, 기후 혼란, 자본주의에 아니오(NO)를", "파시즘과 싸움" 등이 쓰인 다양한 팻말을 들고 도심 거리를 행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주황색 아기 모습으로 희화화한 풍선도 여러개 등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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