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시절의 아바. 왼쪽부터 베니 안데르손, 안니프리드 링스타드, 아그네사 펠트스코그, 비요른 울바에우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아바(ABBA)는 1970년대를 풍미한 스웨덴의 4인조 혼성 팝 그룹이다. 대표곡 중 하나가 페르난도(Fernando)다. 두 남성 멤버 비요른 울바에우스와 베니 안데르손이 작곡했는데, 당초 스웨덴어 가사를 붙여 아바의 여성 보컬 중 한 명인 안니프리드 링스타드의 솔로 싱글로 발매됐다. 곡명은 스톡홀름의 클럽에서 일하던 한 바텐더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 비장하면서도 구슬픈 멜로디에 붙은 스웨덴어 가사는 실연을 겪은 페르난도를 위로하는 노래다. 그러나 영어로 개사한 ‘영어판 페르난도’는 완전히 다르다. 노년에 접어든 한 인물이 젊은 시절, ‘리오그란데(현재 미국·멕시코 국경을 이루는 강)’를 함께 건넜던 전우 페르난도와의 추억을 되새긴다. 영어 가사를 쓴 울바에우스는 “여름밤, 별을 바라보며 누웠다가 ‘멕시코 전쟁’에 참여했던 두 명의 늙은 자유투사에 관한 영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 페르난도의 전쟁은 미국이 침략자였던 ‘멕시코 전쟁’을 가리킨다. 1800년대 전반 미국은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까지의 땅을 차지하는 건 하느님의 ‘명백한 계시(Manifest Destiny)’라고 주장했다. 인디언을 쫓아내고 멕시코를 위협했다. 1836년 텍사스를 빼앗더니, 1846년에는(트럼프가 그린란드에 그랬던 것처럼) 캘리포니아 매각까지 요구했다. 멕시코가 거부하자, ‘리오그란데’를 순식간에 넘었다. 1847년 9월 멕시코시티가 함락됐고, 1,500만 달러에 뉴멕시코와 캘리포니아를 매입하는 조약이 체결됐다.
■ 249년 미국 역사에서 약소국을 배려한 기간은 길지 않다. 20세기 전반까지 글로벌 전역에서 제국주의 행태를 보였다. 멕시코와 쿠바 등 인접국일수록 압박이 심했다.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는 미국의 야수성을 일깨웠지만, 오히려 우리 외교안보 전략을 섣불리 재고해선 안 되는 이유도 된다. 지리적 인접성과 권위주의 체제를 감안한다면, 미국을 대체하려는 중국은 더 거칠고 파괴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경을 맞댄 수·당과 맞서면서, 고구려가 그 너머 돌궐과 손잡았던 구도를 유지해야 한다. 살피건대 일본은 이미 그런 결론을 내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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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 오피니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