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세 부메랑’… 비용·불확실성 증가에 채용 중단

2025-09-1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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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시장 성장 멈췄다”
▶ 기업들 채용에 ‘소극적’

▶ 제조·도소매업·에너지 등
▶ 분야 직격탄에 대량 감원

‘관세 부메랑’… 비용·불확실성 증가에 채용 중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기업들은 채용에 더 소극적이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충격으로 미국 기업들이 고용에 제동을 걸면서 노동시장 성장이 멈췄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제조업, 도소매업, 에너지 등 분야에서 일자리가 감소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관세 대폭 인상 조치로 비용이 상승하고 불확실성 탓에 사업 확장에 나서기 어렵게 된 탓이 크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얘기다.

오하이오주 애크런에 있는 기타 페달 제조업체 ‘어스퀘이커 디바이시즈’의 줄리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관세는 내 회사 같은 미국 제조업체에게 손해를 끼칠 뿐이다. 좋은 점이 없다. 갑작스럽게 세금이 부과돼 우리의 고용과 성장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빈스 CEO는 “정책의 안정성과 비용의 예측가능성 없이는 고용도 성장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생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고용시장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이번 주에 기준금리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고율관세에 따른 일자리 위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관세가 궁극적으로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의 비용 증가나 고용 위축과 같은 부작용을 일시적이라며 일축해왔다.

최근 발표된 8월 고용통계에서는 기업들의 고용 성장세 둔화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늘어난 일자리는 2만2,000개에 그쳤고, ‘트럼프 관세’의 영향에 노출된 상품 생산 부문에서 일자리 감소 폭이 컸다. 제조업에서는 8월에 일자리 1만2,000개가 감소했으며, 올해 들어서 누적 감소분은 7만8,000개다. 석유와 가스 등 광업 부문에서는 8월 6,000개를 포함해 올해 1∼8월에 3만2,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농기계 생산 등으로 유명한 제조 대기업 ‘존디어’는 올해 들어 관세로 3억달러의 비용이 들었다고 지난달에 밝혔다. 연말까지는 이 수치가 갑절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일리노이 소재 공장들에서 238명을 정리해고 했으며 회계연도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공개한 데이터에는 노동시장 성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부터 급격히 둔화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덕택에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려는 회사들이 미국 내 자본투자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고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경제 불확실성 탓에 채용은 관망하고 있다는 기업 관계자들도 있다. 금속가공업체 ‘와이오밍 머신’의 트레이시 타파니 CEO는 관세가 급격히 바뀌고 상황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 탓에 사업을 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퇴사자가 생겨도 결원을 채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석유업계도 관세에 따른 타격을 크게 입었다.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압박 와중에 관세 정책의 여파로 매출이 줄고 철강과 기기의 가격이 인상된 탓이다. 올해 들어 석유업계를 떠난 인원은 최소 4,000명이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인 2021년 1월 이래 가장 급격한 일자리 감소다. 여기 더해 석유 대기업 중 쉐브론이 8,000명, 코노코필립스가 3,25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추가 감원이 계획돼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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