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찰리 커크 암살에 美 정치적 파장 주목…’분열·증오’ 심화할까

2025-09-14 (일) 09: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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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간 극단의 대결구도 형성…내년 중간선거 앞 갈등 격화 우려

▶ 트럼프 ‘일방주의’ 가속 전망… “SNS 범람 속 균형잡히지 않은 폭력 우려”

찰리 커크 암살에 美 정치적 파장 주목…’분열·증오’ 심화할까

강연 중 총격으로 사망한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 [로이터]

'트럼프의 아들'로 불리던 우익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 사건이 미국에 거대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정치 문화는 기존의 공화·민주당의 제도권 정당정치 영역을 벗어나 보수·진보의 진영 대결로 흐르는 양상인데, 커크의 죽음은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

미 정가를 발칵 뒤집은 커크 암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해온 '좌파 척결'에 더욱 전력투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일 사건을 처음 보고받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4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의 죽음과 용의자 체포 사실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장 먼저 알렸으며, 커크의 장례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JD 밴스 부통령을 사건 현장으로 급파해 운구를 주도하도록 했다.

마치 장렬히 전사한 군인을 예우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진보·좌파에 대한 트럼프 지지층, 즉 커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전의를 불태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커크 암살이 "급진 좌파"의 짓이라면서 "이 만행과 다른 정치적 폭력에 기여한 모든 자들을, 그것을 자금 지원하고 지지하는 조직들을 포함해" 모두 색출하겠다고 다짐했다.

커크를 암살한 타일러 로빈슨은 사용하지 않은 탄피들에 '파시스트'를 증오하는 문구를 적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지지층을 파시스트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민주주의가 아닌 전체주의를 추구한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무자비한 이민자 단속과 공권력 동원, 반대파 숙청 등이 이런 조짐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커크 암살에 대해 '정치 테러'로 규정·비판하면서도, 극단적 형태의 폭력이 저질러진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보가 있었다는 지적이 미국 진보 진영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13일 "권위주의로 가는 길은 '너는 과민 반응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는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 법의 지배를 넘어설 것이다, 의회를 우회할 것이다, 권한이 없는 것들을 삭감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적 분열과 대립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이 '아슬아슬한' 다수당인 상황에서 의회 구도를 결정짓는 중간선거는 양당의 사생결단식 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텍사스주(州)를 비롯해 공화·민주 각 당의 '텃밭' 지역에서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게리맨더링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대결 구도는 정치·사회적 긴장을 팽창시키게 되고, 커크 암살과 같은 정치 테러가 재발할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 가까운 예가 지난해 7월 발생했던, 트럼프 대통령(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였다.

미네소타주 민주당 소속 주(州) 의원 부부가 살해당한 사건,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의 남편이 폭행당한 사건, 조지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의 방화 사건 등 민주당 인사들을 향한 정치 폭력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50개 주(州)가 합쳐진 연방제 국가에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사는 미국 사회에서 양 극단의 정치적 대립에 따른 분열이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상대를 향한 증오와 공격은 SNS의 범람, 그리고 그에 대한 대중정치의 의존과 맞물려 민주주의의 규범과 절차를 무너뜨리게 될 수도 있다.

매튜 달렉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WP에 "양측이 상대를 실존적 위협으로 본다면, 또는 트럼프의 말대로 '내부의 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균형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폭력적 행동을 취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달렉 교수는 특히 SNS라는 가속제가 있을 때 "정신적으로 아픈 개인들은 문화 속에서 떠도는 아이디어들을 흡수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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