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팔월 말 미국 연합통신과 뉴욕타임스, CBS 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사는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의 죽음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도 그가 생전에 판결했던 재판 일화를 상세하게 전해 주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연민과 유머가 법정에서 어떻게 정의를 구현했는지를 조명해 주었다고 평가했다. 매체들은 그의 판결은 눈을 가리고 엄격한 법률의 잣대를 들이대는 에이아이(AI) 심판관이 아니라 따뜻한 연민으로 정의를 구현해 나간 삶으로 묘사했다.
정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의의 신상은 눈을 가리고 단지 옳고 그름의 무게를 재는 도구로서 다가온다. 그는 피고인의 외모, 지위, 환경에는 눈을 감는다. 그것이 가장 공정한 판단의 과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프리오 판사는 눈을 가리지 않고 재판석에 앉았다. 어느 날 피고인석에는 주차위반으로 기소된 한 여성이 두 딸을 데리고 재판장을 향해 서 있었다. 그는 어린 딸 하나는 가슴에 안고 6세 된 딸은 옆에 세운 채로 재판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프리오는 피고인의 딸을 불러 자신 옆에 세웠다. 그리고 마치 할아버지가 손녀딸에게 말하듯이 뭘 좋아하느냐,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는 등 희망사항을 물었다. 피고인의 딸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수줍게 재판관을 바라보았다. 카프리오는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네가 판사란다. 바르고 정직하게 해야 해. 너희 엄마가 주차 위반으로 벌금을 내어야 한단다. 엄마는 벌금 백 달러를 물어야 하는 데 벌금 내어야 할 기한을 놓쳤단다. 그래서 벌칙금까지 물어야 해서 삼백 달러를 내어야 한단다.
네가 판사로서 다음 네 가지 벌금 액수 중에서 벌금을 선택하렴. 첫째 판결은 벌금 삼백달러, 둘째 판결은 벌금 백달러, 셋째 판결은 오십달러, 네 번째 판결은 벌금 0달러…”. 벌금 얼마를 내라고 할까?” 딸은 엄마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이어서 판사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한다. “오십달러요…” 순간 재판정 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청중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카프리오는 딸에게 묻는다. “오늘 재판이 아침 여덟 시부터 시작됐는데 아침은 먹었니?” 딸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카프리오는 다시 딸에게 묻는다. “엄마가 벌금 오십달러를 내는 대신에 너에게 아침밥을 사주도록 판결하면 어떨까? 네가 좋다고 하면 벌금은 사라지고 , 싫다고 하면 오십달러를 내야 해.” 딸은 다시 한번 엄마 얼굴을 쳐다보고는 아침밥이 좋다고 대답한다. 딸의 대답은 판사의 판결이 되었다.
카프리오가 세상을 떠난 약 열흘 후 에 미국의 CBS 방송국에서는 그의 삶을 다시 조명 시켰다. 천사의 날개를 달고 환한 얼굴로 가까이 다가왔다가 우리 곁을 떠나가는 영상이었다. 그가 일생 재판관으로 활동했던 로드아일랜드 주지사 댄 메기는 “그는 단순한 법관을 넘어, 인간애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라고 했다. 정의의 신은 반드시 눈을 감아야 하느냐는 물음을 되새기게 하는 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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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두 서북미수필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