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멀치 화산’ 나무에 치명적 손상… 집값에도 악 영향

2025-09-11 (목) 12:00:00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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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 사용 ‘곰팡·부패·부식’ 문제

▶ 수분이 땅 속에 머물도록 뿌려야
▶ 줄기밑 주위 비우고 ‘드립존’까지

가정집 조경에서 자주 사용되는 ‘멀치’(Mulch)는 나무에 수분을 공급하고 잡초를 억제하며, 토양에 영양분을 보충하는 자재다. 그러나 멀치를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나무를 해치고 수천 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 조경 전문가들에 따르면 멀치를 화산처럼 나무 줄기에 높게 쌓는 방식이 가장 잘못된 사용법이다. 자칫 수분 공급을 막아 나무를 마르게 하는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조경 전문가들로부터 올바른 멀치 사용법을 알아봤다.

▲ 멀치 화산, 어떻게 생기나?

멀치는 나무 주변에 뿌려 토양의 수분을 유지하고 잡초 성장을 억제한다. 또, 분해하는 과정에서 땅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조경에 필수적인 유기물이다. 그래서 정원사나 주택 소유자주들은 정원을 가꿀 때 멀치를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멀치를 화산처럼 쌓았다가는 나무를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멀치 화산이란 멀치를 나무 줄기 주변에 산처럼 높게 쌓는 잘못된 사용법이다. 언뜻 보기에 정갈하고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다.


시애틀 소재 나무 관리 전문업체 ‘블루마 트리 엑스퍼트’(Blooma Tree Experts) 카우스터브 디오 대표는 “멀치를 줄기 밑동에 두껍게 쌓으면 수분이 껍질 주변에 고이면서 곰팡이 감염, 부패, 기타 부식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라며 “수분이 나무 껍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있는 땅속에 머물게 하는 것이 멀치의 올바른 사용법”이라고 설명했다. 줄기를 덮지 않고, 뿌리 주변의 지면을 고르게 덮는 것이 올바른 멀치 사용법이란 설명이다.

▲ 성인목 고사하면 제거비만 수천달러

멀치 화산은 미관적으로도 보기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나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혀 비용 손실로도 이어지기 쉽다. 멀치를 나무 줄기에 바짝 붙여 높이 쌓으면 그 내부에 수분이 갇히고, 곰팡이균이나 병원성 미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이로 인해 나무는 각종 질병과 해충에 쉽게 노출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줄기 둘레 뿌리’(Stem Girdling Roots)의 형성이다. 이는 멀치 속에서 자란 뿌리가 줄기 주변을 감싸며 점차 나무를 조이는 현상으로, 나무의 생명을 단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어린 나무일수록 멀치 화산의 피해에 더 취약하다. 뿌리 성장도 덜 되었고, 해충 저항력도 약해, 몇 년 사이에 ‘목재 해충’(Borer)에 의해 고사하는 일이 적지 않다. 다행히도 어린 나무의 경우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면 복구할 가능성은 있다.

수십 년 된 성인목도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피해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멀치 화산 아래서 줄기 둘레 뿌리가 이미 형성된 성인목의 경우, 외형상 멀쩡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단지 기존에 형성된 뿌리 구조가 피해를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증상이 눈에 띌 정도로 진행되면, 그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디오 대표는 “성인목 한 그루를 죽이면, 평생 그 나무를 다시 심어 같은 크기로 키우는 건 불가능하다”라며 “고사한 나무를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건당 2,000달러에서 많게는 1만5,000달러 이상 들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줄기밑 주변은 비우고 ‘드립존’까지 넓게


멀치를 어떻게 뿌리느냐에 따라 조경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디오 대표는 “멀치는 나무 줄기에 바짝 붙이지 말고, ‘줄기 밑동’(Root Flare) 주변은 비워두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멀치는 나뭇잎 끝이 떨어지는 지점인 ‘드립존’(Drip Zone)까지 넓게 퍼뜨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실제로 나무 뿌리에 도움이 되고,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오 대표는 또 “집주인들이 지금이라도 당장 멀치를 걷어내고 뿌리 목이 보이도록 정리하면, 부패나 손상을 막을 수 있다”라며 “이미 썩기 시작했다면,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 ‘주택 외관·집값’에도 악영향

죽었거나 병든 나무는 집의 외관과 안전 문제는 물론 집값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가지가 마른 채 방치된 나무는 집 전체의 인상을 어둡게 만든다. 주택 첫인상을 의미하는 ‘커브 어필’을 망칠 뿐 아니라, 바이어들에게 ‘관리가 되지 않는 집’이라는 인상을 준다.

죽어서 방치된 나무는 내부 구조가 약해져, 강풍이나 폭우 시 집, 사람, 자동차, 이웃집 등에 쓰러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위험 요소가 된다. 만약 고사한 나무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거나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소유자가 그 위험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집을 파는 경우, 병들거나 죽은 나무가 매물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뉴욕주 부동산 중개업체 클라우디아 주커 대표는 “집을 매물로 등록할 때 죽은 나무가 보이면 제일 먼저 집 가까이에 있는 나무는 꼭 제거하라고 권유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셀러들은 나무 제거 비용이 비싸다고 불평하지만, 조경 관리가 올바르게 실시됐다는 인상이 매물 관리에 대한 신뢰감을 높인다”라고 설명했다.

고사목이 실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시장 상황과 매물의 가격대, 그리고 바이어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바이어들은 나무 제거를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고사목이 있는 집에는 ‘오퍼 경쟁’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커 대표는 “특정 가격대 이하의 매물일수록, 바이어들은 나무 제거 같은 추가 비용에 민감하다”라며 “그런 매물일수록 죽은 나무는 구매를 꺼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