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 자야 한다는 강박에 마그네슘 먹지만… 더 중요한 건 ‘이것’

2025-09-09 (화) 12:00:00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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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그네슘 음료 마시면 잘 잘 수 있다?

▶ 근거 부족$ 앱 기록은 스트레스 유발
▶ 최적 수면에 중요한 요인은 적정 온도

잠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슬립맥싱(Sleepmaxxing)’이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슬립맥싱은 수면(Sleep)과 극대화(Maxxing)를 뜻하는 영단어를 합친 말로, 수면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특히 Z세대는 슬립맥싱 방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극 공유한다. 마그네슘 음료를 마시거나 수면 마스크, 냉각 베개 사용 등이 주요 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수면을 인위적으로 최적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생리적 흐름을 방해하거나 수면 무호흡증, 비염 같은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가령 마그네슘은 체내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GABA) 생성을 도와 몸을 이완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고령층이나 불면 증상이 있는 집단에선 마그네슘 복용 후 수면의 질이 나아졌으나, 건강한 일반인에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가 있어 마그네슘 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 잠을 잘 자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SNS 인증이나 수면 애플리케이션(앱) 기록은 수면 시간을 성과 지표로 여기게 해 스트레스를 불러올 수 있다. ‘잘 자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이 긴장감을 유발해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유영선 대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잠에 잘 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단, 몸이 자연스럽게 수면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과 습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적의 수면을 위한 중요 요인은 온도다. 자는 곳의 온도가 높거나 낮을 경우 몸이 온도 조절을 위해 에너지를 쓰게 되고, 이는 각성으로 이어져 깊은 잠을 방해한다. 일반적으로 18~22도 내의 온도가 적절하며,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이 양질의 수면에 도움이 된다.

자기 전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에 잠들기 1, 2시간 전에는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카페인은 각성효과, 알코올은 이뇨작용으로 수면을 방해하는 만큼 섭취를 피해야 한다. 반면 독서와 반신욕은 긴장을 완화하고 몸을 이완시키기 때문에 수면 유도에 도움이 된다.

평소 △잠들기 어렵고 △자다가 빈번하게 깨고 △깬 뒤 다시 잠들기 힘들고 △수면 후에도 피로감이 남고 개운하지 않은 게 불면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수면 개선을 위한 여러 노력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불면에 따른 심한 피로감·우울감·불안감까지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볼 필요가 있다. 유 과장은 “수면 문제가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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