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다음단계 제재 준비돼”…美재무 “러경제 붕괴하면 테이블 나올 것”
▶ 내일 미-EU 대러제재 논의…젤렌스키 “’푸틴의 무기’ 에너지 빼앗아야”

취재진과 문답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 러시아의 '돈줄'을 조일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 들 태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종전 협상에 소극적인 데다, 최근 중국과 반미(反美)·반서방 연대 결속을 과시하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 창구로 꼽히는 석유 등 에너지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한편, 에너지 수입국에 대해 기존에 언급한 대로 "심각한 후과"가 될 만한 경제 제재를 실제로 추진할지 관심을 모은다.
이를 구체화할 방안은 오는 8일 워싱턴 DC에서 열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유럽연합(EU) 대표단의 회의에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EU 대표단은 데이비드 오설리번 제재 담당 특사가 이끈다는 점에서, 고강도의 추가적 대러 제재 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베선트 장관과 통화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2단계 제재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이 전했다.
대러 추가 제재(제2단계 제재)는 러시아에 대한 직접 관세뿐 아니라 석유 등 러시아산 제품을 구매하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관세 부과를 뜻하는 '2차 관세'(2차 제재)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는 인도에 기존 25%의 상호관세에 추가로 25%를 더해 총 50%의 관세를 부과하며 1단계 2차 제재를 지난달 말부터 시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추진해왔으나, 러시아의 소극적 태도로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태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을 강행,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정부 청사를 공격하는 등 공세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반미 연대 결속 강화를 시도했으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미 작당모의"라며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인도와 함께 러시아산 에너지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에 대해 2차 관세 카드를 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를 뒤흔들 수있는 대중국 2차 관세를 직접 발동하는 것은 일단 보류한 채 유럽에 중국·인도에 대한 2차 관세 도입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럽의 파트너들이 우리를 따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이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한편,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입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미국이 인도에 대해 한 것과 같은 2차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혔다.
베선트 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와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오래 버틸지가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EU가 추가 제재에 들어가서 러시아 석유를 사는 나라들에 대한 2차 관세를 부과하면 러시아 경제는 완전히 붕괴할 것이고, 그것이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ABC 방송 인터뷰에서 "살인을 멈추는 방법은 그(푸틴 대통령)의 무기를 빼앗는 것"이라며 "에너지가 그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로부터 모든 형태의 에너지, 즉 러시아와의 어떤 거래든 중단시켜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을 할 것이라고, 푸틴에게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