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의회패싱’ 갈수록 심화…공화당은 침묵 속 동조

2025-09-07 (일) 08: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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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회 승인없이 군사작전·의회 감독 거부…민주 “대통령이 법 위에 있나”

트럼프, ‘의회패싱’ 갈수록 심화…공화당은 침묵 속 동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패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입법부의 감독이나 승인 권한을 무시하고 행정부 수장으로서 전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 트렌데아라과(TdA) 소속 조직원 11명이 탑승한 마약 운반선을 폭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군사 작전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 보고하지도 않고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을 격침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광범위한 군사 권한을 갖지만, 의회의 승인이 없는 국경 바깥에서의 군사행동은 법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의회의 승인 없이 미국 영해 밖에서 공습을 명령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의회에 대한 정보 은폐도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최근 국방부는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마크 워너(민주당·버지니아) 의원의 국가지리정보국(NGA) 방문을 차단했다.

군사 첩보 시설은 양당 의원이 함께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요구였지만, 이전까지는 이 같은 조건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 소속 인사들의 의회 무시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지난달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장을 전격적으로 해임하고, 코로나19 백신 접근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한 것도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백신 음모론자'로 알려진 케네디 장관은 상원의 인사청문 과정에서는 "백신 접근을 어렵게 하지 않겠다"면서 의원들의 불안을 잠재웠지만, 인준 후 곧바로 약속을 깨트렸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승인한 국제원조 예산 49억 달러(6조8천억원)를 집행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예산 삭감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표결 없이 회계연도 종료를 앞두고 예산을 자동 소멸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여당인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연방정부의 방대한 관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당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존 버라소(공화당·와이오밍) 상원의원은 "백신에 대한 케네디 장관의 조치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청문회 등 공식적인 대응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제이슨 크로(민주당·콜로라도) 의원은 "공화당은 항복했고, 권한을 주장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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