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현대차·LG엔솔 공장서 한국인 300명 체포

2025-09-06 (토) 12:00:00 곽주현·문재연 기자
크게 작게

▶ 조지아 공장 불법체류 혐의 450여명
▶ 이민단속국·국토안보수사국이 급습

▶ 트럼프 ‘불법 이민’ 단속 강화에 불똥
▶ 정부 “권익 부당한 침해” 유감 표명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회사(HL-GA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 혐의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총 475명을 체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진행하는 대규모 이민자 추방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주미대사관 총영사 등을 현장에 급파하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섰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 메타플랜트 부지 내 공장 건설 현장에서 직원 475명을 체포했다. HSI는 5일 브리핑을 통해 "이들 중 다수가 한국 국적"이라며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초부터 장기간의 이민범죄 수사를 진행했다"며 "증거를 기반으로 법원의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덧붙였다.

체포된 이들 중 한국인은 3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장자와 협력업체 직원, 현지 채용 직원 등이 해당된다. 이들은 대부분 비즈니스 목적의 단기 방문 비자인 B1을 소지하거나 전자여행허가(ESTA)로 무비자 입국한 상태로 추정된다.


이번 작전에는 ICE, HSI뿐만 아니라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세관 및 국경순찰대(CBP) 등이 동원됐다. 요원들은 공장 직원들을 시민권이 확인될 때까지 구금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이들은 케이블 타이로 손을 묶어 조지아주 폭스턴에 위치한 ICE 수용 시설로 이송했다. 이후 HSI는 성명을 통해 요원들이 "불법 고용 관행 및 기타 심각한 연방 범죄 혐의에 대한 형사 수사 진행의 일환으로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대응에 나섰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을 열고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투자업체의 경제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부는 주미대사관 총영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영사를 현장에 급파하고, 현지 공관 중심의 대책반을 출범시킬 것을 지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미 행정부 이민정책은 특정 국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라며 "기업과 소통하며 영사 조력과 변호인 제공 등 부족함 없도록 총력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주현·문재연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