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어느 곳에 가도 일선에서 은퇴한 여인들의 모임을 자주 접하게 된다. 서로 비슷한 나이에다 삶의 경험과 이민의 느낌을 공유하므로, 처음 만났어도 오랜 친구처럼 느끼게 된다. 더구나 대부분 여자들이 남편과 함께 생활전선에서 활동한 분들이 많아서 각자 독립적이고, 인식의 범위도 넓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분들이 많아서 현실에 적응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잘 사는 것 같다.
그동안 오랜 세월이 많이 흘렀다. 딸이 태어나서 2개월이던 1967년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서울을 떠났으니 거의 58년이 되어간다. 남편은 제네바의 UN대표부에서 GATT와 그 외 경제관계일로 무척 분주해서 출근시간이 아침 6시였으며, 낮과 밤늦게까지도 UN회의가 계속될 때도 많았다. 나는 아이들 키우며, Alliance Francaise에서 불어공부하고 파티 준비하느라 젊은 시절이 소리 없이 지나갔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끈 떨어진 연처럼 불안했었다. 후회와 회의의 안개가 점차로 걷히면서 차츰 안정이 되어가니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한국이 아니래도 어디에 살던지 자아를 잃지 않고 희망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연세대의 신학 대학장이셨던 김하태박사님과 <한얼모임>이란 36명 정도로 구성된 작은 지식인들과의 모임이 창단되고 오늘까지 40년 가까이 서로 가족처럼 잘 알며 지내오고 있다. 그동안, 이곳에 계시는 교수들과 지인들이 함께 매월 3째 토요일에 모여서 철학과 문학, 종교와 과학과 인문학 등 우리가 나눌 수 있는 모든 학문을 같이 공부하면서 그렇게 세월이 지나갔다.
훼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그의 딸의 탄생을 계기로 딸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그의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를 오래 전에 했었다. 그의 발표는 사실 솔론(기원전 630-560)의 말처럼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진정한 부자이고, 탐욕스러운 사람은 진실로 가난한 사람이다”는 말이 되새겨진다.
저커버그가 생각하는 좀 더 좋은 세상은 어떤 것일까?
마하 트마 간디가 인류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경고하면서 “세상을 파괴하는 7가지 사회적 죄는 “勞動 없는 부”와 “양심 없는 쾌락”과 “인격 없는 지식”,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 과 ”원칙 없는 정치“등인데, 현실에서도 우리가 실질적으로 직접 느끼고 있는 사회악인 것이다.
저커버그가 딸에게 주고 싶은 더 좋은 세상은, 이런 사회적 악이 없는 곳에, 평화와 사랑과 믿음이 있는 세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한 번 배운 지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나는 늙었으나 여전히 배우고 있다“는 솔론의 태도가 AI시대에도 가장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나이와 시간은 함수관계임을 실감하면서 살고 있는 우리들, 알지 못할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끌고 갈 AI세계는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불안하다.
AI시대를 살아가는 실체들,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도 BC 600년의 솔론의 정신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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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