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DC 국장 교체 이후 ‘공화당주’ 플로리다, 학교 백신 의무접종 폐지
▶ ‘민주당주’ 캘리포니아 등 3곳 ‘보건 동맹’ 발표…”자체 백신정책 마련”
좌우 이념대결이 극심해진 미국에서 백신 예방접종 정책을 놓고도 정치적 성향에 따른 지역 간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신 정책 책임자인 수전 모나레즈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 국장의 전격 해임 이후 연방정부의 지침을 따르겠다는 주(州)와 따르지 않겠다는 주로 갈리는 모습이다.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주지사들은 3일 이른바 '서부 연안 보건 동맹'(West Coast Health Alliance)을 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주지사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주도 아래 이뤄지는 CDC의 새로운 백신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나라 전체에 백신 관련 지침을 내릴 책임이 있는 연방 기관(보건복지부 및 CDC)이 "점점 과학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정치적 도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또 매사추세츠, 메인, 버몬트,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북동부 공중보건 협력체'(Northeast Public Health Collaboration)가 꾸려지는 등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NN이 전했다. 이들 주 역시 대부분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곳이다.
이와 달리 플로리다주는 학교의 백신 의무 규정을 종료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곳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CNN에 전한 성명에서 "코로나 시대에 비과학적인 학교 봉쇄, 유아 마스크 의무화, 가혹한 '백신 여권'을 밀어붙였던 민주당 운영 주들은 공중 보건 기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며 서부 및 북동부 주들의 움직임이 과학이 아닌 당파성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에선 주 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의 CDC 지침에 바탕을 두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정책과 각급 학교의 의무 규정 등을 운용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많은 주에 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의 권고 지침을 따르도록 법이 제정돼 있다.
케네디 장관의 취임 이후 CDC는 각종 질병에 대한 백신 접종 지침을 뒤집고 있는데, 이에 대해 주마다 찬반이 갈리면서 제각각의 정책이 운용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케네디 장관은 코로나 백신을 비롯한 mRNA 계열 백신에 대한 연방 차원의 5억달러 자금 지원을 중단했으며, ACIP 위원을 전원 해임하고 백신 회의론자들을 그 자리에 앉힌 데 이어 'CDC 개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모나레즈 국장을 해임했다.
또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주 65세 이상 고령자 또는 중증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만 코로나 백신 접종을 승인하기로 했다.
이처럼 공중 보건 정책을 두고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대립·분열하면서 조만간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가령 주 정부가 권고하고 연방 정부가 권고하지 않은 백신을 접종할 경우 건강보험에서 비용이 지급될지, 백신을 접종하는 의사와 약사들이 불이익을 받게 될지, CDC가 접종을 권고하지 않은 백신에 대해 주 정부가 이를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폴 오핏 백신교육센터장은 "한 주와 다른 주의 말이 서로 다르면 혼란만 더해질 것"이라며 "과학이 진리의 원천으로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