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푸틴, 시진핑 좌우에…中 ‘반미 연대’ 구심점 과시
▶ 원자바오 등 전직 지도부 참석한 가운데 후진타오·주룽지 불참한 듯
▶ 예포 80발·비둘기 8만마리…시 주석 “中 평화발전 견지”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이동하는 장면이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나오고 있다. [연합]

Members of the People’s Liberation Army Ground Assault Force stand on armoured vehicles as they take part in a military parade to mark the 80th anniversary of the end of World War Two, in Beijing, China, September 3, 2025. REUTERS
중국이 3일(현지시간) 수도 베이징 톈안먼 일대에서 북한·중국·러시아 정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강대국으로 부상한 위상을 과시하고 미국 패권에 맞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는 '반(反)서방' '반미' 연대의 중심임을 안팎에 천명했다.
시진핑 집권 3기 최대 정치 이벤트인 이번 열병식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작됐다.
톈안먼 망루(성루)에는 시 주석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상급 외빈 20여명이 올랐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쪽에 김 위원장,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선 가운데 한국에서는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했다.
북중러 정상은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옛 소련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 회동 이후 66년 만에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서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중국을 중심으로 반서방 연대의 결속을 과시했다.
중국 지도부 인사들로는 원자바오 전 총리를 비롯해 장더장·위정성·리잔수·왕양·류윈산·왕치산·장가오리 등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했으나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던 후진타오 전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는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리창 총리 외에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중국의 국회 격),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 리시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현직 지도부 7명은 모두 참석했다.
열병식은 오전 9시께 리창 총리의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개막 선언으로 시작했다.
초대형 국기를 든 기수를 선두로 한 호위부대가 등장하자 '승전 80주년'을 상징하는 80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이어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톈안먼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에서 게양대에 국기인 오성홍기가 게양됐다.
시 주석은 이어 기념연설을 통해 세계가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의 패권경쟁과 무역전쟁 속에 중국이 평화와 국제질서의 수호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이어 "중국 인민은 역사와 인류 문명의 진보라는 올바른 길에 굳건히 서서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하며, 세계 각국 인민과 함께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이후 무개차에 올라 톈안먼 앞을 지나는 창안제(長安街)에 도열한 부대원들을 사열했다.
짙은 중산복 차림의 시 주석이 '퉁즈먼 하오'(同志們好·동지 여러분 안녕하신가), '퉁즈먼 신쿠러'(同志們辛苦了·동지 여러분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열병대원들은 '주시하오'(主席好·주석님, 안녕하십니까). '웨이런민푸우'(爲人民服務·인민을 위해 봉사할 따름입니다)라고 답하며 충성을 다짐했다.
이어진 분열식에서는 각 부대가 방진(네모꼴 형태의 진형)을 이뤄 차례로 톈안먼 광장 앞을 행진했다.
헬리콥터로 구성된 공중깃발호위편대가 공중에서, 의장대는 지상에서 중국공산당 당기·국기·인민해방군기 등 3개 깃발을 내세우며 앞장선 가운데 45개 부대(제대)가 차례로 톈안먼광장 앞을 지났다.
헬기편대는 중국 국기를 호위하면서 '80'이라는 숫자 대형으로 비행했다. 또 '인민·평화·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문구의 플래카드도 선보였다.
그 뒤로 보병과 장비, 공중 부대 등이 뒤따랐다.
보병은 팔로군과 신사군, 동북항일연군, 화남유격대 등 중국공산당의 항일전쟁 역할을 강조하는 '노병'(老兵) 부대와 최신 군사력을 보여주는 현대군 부대로 구성됐다.
또 육상작전·해상작전·방공·미사일·정보작전·무인(드론 및 로봇)작전·후방지원·전략타격 등 부문별로 최신 무기 체계를 과시하는 행렬이 뒤따랐고 조기경보 지휘기 및 전투기·폭격기·수송기 등 중국 공군의 현역 기종을 아우르는 군용기들이 하늘을 날았다.
전 지구를 사정권으로 하는 핵 탑재 미사일 둥펑(東風·DF)-5C, 2019년 공개된 DF 41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자어리 미사일 DF-61이 첫선을 보였다.
'괌 킬러'로 불리는 DF-26의 개량형인 DF-26D도 등장했으며 '중국판 패트리엇(PAC-3)'으로 알려진 요격 미사일 훙치(紅旗·HQ)-29 등 방공시스템도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열병식장 상공에는 젠(殲·J)-20S와 J-35A 등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이 비행했다.
이어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8만마리와 풍선 8만개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전체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날 열병식 전 과정은 관영 중국중앙(CC)TV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각종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됐다.
또 톈안먼 광장의 주변에는 관람대가 설치돼 외국 대표단과 항일전쟁 참전 노병과 당시 중국을 지원한 외국 우호인사 대표, 해외 화교, 각 업계 초청인사 등 4만여명의 관중이 현장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