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속 하루]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초연

2025-08-29 (금) 12:00:00 최호근 / 고려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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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 음악 축제가 열린다. 오페라의 향연이 펼쳐지는 페스트슈필하우스 바로 앞에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청동 두상이 있다. 이곳 무대에는 음악극 장르를 개척한 바그너의 후기 작품 10여 곡이 상연된다. ‘니벨룽의 반지’ ‘파르지팔’과 함께 이 축제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작품이 ‘로엔그린’이다. 결혼식에 자주 등장하는 ‘혼례의 합창(결혼행진곡)’ 덕분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작품이 1850년 8월 28일 바이마르에서 초연됐다. 하지만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리스트가 지휘를 맡아 성공을 거둔 이 자리에 바그너는 함께할 수 없었다. 혁명 가담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이다

바그너는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었다. 사회 개혁의 꿈이 그의 삶을 가장 굴곡지게 만들었다. 1848년 프랑스에서 2월 혁명이 발발한 직후 정치 후진 지역인 독일에도 변혁의 불꽃이 타올랐다. 바그너는 3월 혁명을 옹호하는 기사들을 연이어 작성했다. 이 때문에 혁명이 진압된 후에는 망명의 길을 떠나야 했다.

바그너는 궁정이 장악하고 있던 오페라 제작 권한을 극작가와 음악가들에게 넘기고자 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지원하되 간섭은 없는 국립극장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다. 당장 ‘로엔그린’을 공연할 기회부터 잡기 어려웠다. 어렵게 성사된 초연 무대에도 함께하지 못했다. 12년 후인 1862년이 돼서야 망명지 빈에서 ‘로엔그린’을 직접 지휘할 수 있었다. 독일로 돌아온 후 바그너는 바이에른 국왕을 비롯한 후원자들의 성금에 모기지 대출까지 보태 1876년 오페라 전용 극장을 바이로이트에 마침내 완공했다.

<최호근 / 고려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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