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D현대重·현대미포 합병…마스가 겨냥한 조선·방산사업 효율화

2025-08-27 (수) 09: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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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重·현대미포 합병…마스가 겨냥한 조선·방산사업 효율화

(서울=연합뉴스)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가동을 앞두고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사업 재편에 나섰다. 조선 계열사 3개 중 2개(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를 합쳐 규모의 경제 등을 통해 조선 및 방산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위)과 HD현대미포 야드 전경. 2025.8.27 [HD한국조선해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 계열사 3개 중 2개(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를 합치는 초강수를 통해 조선 및 방산 역량 제고 및 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세 계열사로 나뉘어있던 건조 및 연구개발(R&D) 역량을 합쳐 규모의 경제로 시장경쟁력과 건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결정에는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합병을 통해 중국 등과의 경쟁으로 포화한 상선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조선업계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특수선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 中·日서도 합병 잇달아…군함 건조력 제고 및 효율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HD한국조선해양이라는 한 지주사에 속해 있지만 수주잔고 기준 각각 세계 1위와 15위에 랭크된 국내 대표 조선소다.

HD현대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의 건조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HD현대미포는 선박 수리 및 중형 선박 건조 면에서는 가장 이름이 높은 조선소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사업재편 관련,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최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연구개발 역량 및 적용 효과를 높이고, 수주 분야를 다양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두 조선사의 합병은 한국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국 1, 2위 조선사를 합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국영 조선그룹인 CSSC홀딩스는 이달 초 조선 계열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을 합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 주요 전략과 주력 사업인 군력 강화에 집중하고, 선박 건조사업의 질적 발전을 가속한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진출과 한국도 진출 확대를 노리는 특수선 시장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본도 한국과 중국에 밀려 한 자릿수까지 추락한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자국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합병 절차에 돌입했다.

일본은 일본 조선과 해운회사를 함께 운용하는 '올 재팬' 전략으로 2030년까지 시장점유율을 20%까지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이 본격적으로 가동이 시작된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마스가로 본격화할 미국의 군함 발주 수요를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조선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함정 건조 실적(106척, 국내 88척·해외 18척)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 1위 수리조선소이자 중형선박 건조에 특화한 HD현대미포와 합쳐지게 되면 일반 상선보다 크기가 작은 군함 건조에 경쟁력을 더할 수 있을뿐더러 MRO(유지·보수·운영) 능력도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지만 중국과의 경쟁으로 자리가 위협받는 HD한국조선해양이 마스가를 겨냥해 역량을 모으겠다는 취지로 읽힌다"며 "특히 군함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HD현대重, 세계 최고 건조력 인정…HD현대미포, 1위 수리조선소

1972년 출범한 HD현대중공업은 정주영 선대회장의 지휘 아래 2년 만에 조선소를 건설하고, 1974년 유조선 2척 건조에 성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회사는 1980년 국내 최초의 전투함 울산함을 건조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1990년대 들어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 시추선 등을 잇달아 수주했고, 당시 세계 조선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1위 조선사로 부상했다.

2019년에는 지주사 체제에 따라 한국조선해양(현 HD한국조선해양)을 중간 지주사로 조선·해양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울산에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기반으로 LNG운반선, LNG 및 암모니아 추진선 등에서 세계 최고의 건조력을 인정받고 있다.

HD현대미포는 1974년 HD현대중공업 내 수리조선사업부로 시작했고, 이듬해인 1975년 분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HD현대미포는 단기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리 조선소로 성장했다.

가동 첫해인 1975년에 48척의 선박을 수리해 매출 9억원을 기록했고, 2년 뒤인 1977년에는 196척의 선박 수리로 매출을 10배(90억원)까지 키웠다.

이어 1990년대에는 중형선박에 특화한 신조 조선소로 전환했고, '미포탱커'를 세계 표준 선형으로 자리매김시키며 중형선박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회사는 1996년에는 베트남에 조선소도 설립했다.

HD현대미포의 베트남 자회사인 HD현대 베트남조선(HVS)은 1996년 수리·개조법인에서 출발해 2000년대 후반 신조 사업에 뛰어든 후 현재까지 200척 넘는 선박을 수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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