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이상기류’ 관측 많았지만… “이의 없이 끝나, 성공적인 정상회담”
▶ 농산물 시장개방 등 쟁점은 여전…트럼프, 주한미군 부지 소유권 언급도
▶ 실용주의 가미 ‘한반도 페이스메이커론’ 부각…중국·북한 등 반응 관건
![[한미정상회담] 대미 ‘실용외교’ 궤도 안착… ‘진짜 청구서’는 남아 [한미정상회담] 대미 ‘실용외교’ 궤도 안착… ‘진짜 청구서’는 남아](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8/25/20250825181122681.jpg)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로이터]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한 최대 시험대로 여겨지던 한미 정상회담을 일단 잡음 없이 통과했다.
회담 직전까지도 '돌발 상황' 발생으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분위기 반전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무난히 마무리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관세 합의의 후속 협상, 한미동맹의 현대화 등 한미 간 주요 쟁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진짜 청구서'는 잠시 미뤄졌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 '통상·안보 청구서' 피했지만…실무 줄다리기 이어질 듯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의 없이 끝났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감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친밀감을 쌓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과 남북 관계 관련 대화 등이 이어지면서 민감한 주제는 양 정상 사이에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의가 난관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난무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는 긍정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급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회담 준비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졌다.
통상 분야에서는 3천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의 구성, 농축산물의 개방 여부 등이 쟁점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미 측이 한국의 직접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쌀과 소고기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억지력 강화'를 내세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요구하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이런 민감한 주제들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음에 따라 이 대통령은 한미 간의 우호적 동맹 관계를 확인하는 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회담을 마칠 수 있게 됐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거나 "스마트하다"는 표현을 많이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성공'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을 뿐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이나 동맹 현대화 등은 미국이 선명하게 요구해 온 내용인 만큼 언젠가 들이닥칠 '청구서'를 피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농민을 위한 시장 개척"을 언급하며 "미국에서는 시장 개방을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미 양국의 외교·통상 실무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국익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APEC 초청, 김정은과 만남 권유에 호응…'실용외교' 성과 도출
이날 정상회담으로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국익중심 실용외교도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낼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익중심 실용외교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바탕에 두되 '가치'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이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올해 경주 APEC 참석과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만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고, 이 대통령에게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한 방중 길에 동행하겠느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권유,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및 동아시아 안보 상황의 변화를 끌어낼 가능성이 있는 방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을 끌어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에, 자신을 '페이스메이커'에 비유한 것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비교해 더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드러낸 지점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성과 역시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북한의 호응 여부가 미지수다. 북한은 이 대통령의 대화 손짓에 날 선 반응을 거듭하고 있고, 중국 역시 한미·한미일 공조를 의구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이 대통령이 더는 '안미경중'(安美經中·미국과는 안보 협력,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병행) 노선을 취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 확보를 언급한 것도 이 대통령이 '국익'의 관점에서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숙제가 될 전망이다.
◇ 가려운 곳 긁어준 '협상의 기술'…한미정상 첫 관계 설정 '양호'
이번 회담의 또 다른 숙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었다.
협상에서 우위를 취하려는 목적으로 외교적 결례 논란을 무릅쓰고 '압박 전술'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계 설정의 시금석이란 평가가 많았다.
실제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숙청', '교회 압수수색', '미군기지 정보수집' 등 한국내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는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화술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아냈다.
회담이 열린 오벌오피스(집무실) 내부 디자인에 대한 칭찬부터 시작해 다우존스 지수의 최고치 경신,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의 '피스메이커' 역할 등을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차츰 고개를 끄덕이며 이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었다.
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권유하며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나도 (가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 대목에서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의 만면에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회담을 마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직접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물론 실질적인 쟁점들이 산재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이익을 위해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부족하지만, 예측불허의 상대를 맞아 첫 방어전을 무사히 치른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