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안에 술잔 발견됐다고 일단 체포… ‘트럼프식 정의구현’ 논란

2025-08-24 (일) 07: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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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범죄로 체포한 뒤 혐의 부풀려 기소…저항하면 구형 추가

사소한 혐의라도 발견되면 시민을 체포한 뒤 가장 강력한 혐의를 씌워 기소하는 '트럼프식 정의구현'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DC의 법 집행을 장악한 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사소한 경범죄에까지 과도한 기소가 이뤄진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방 요원과 주 방위군을 투입한 뒤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는 인터넷 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시간제 배송 기사인 마크 비글로(28)다.

그는 지난 19일 워싱턴DC 시내에서 다른 남성 2명과 차를 타고 가던 도중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정차 지시를 받았다.

요원들은 차 안에서 술이 담긴 용기와 컵을 발견했고, 공공장소에서 음주 용기를 소지했다는 혐의로 비글로를 체포했다.

체포 과정에서 비글로는 몸을 비틀면서 저항했다.

이후 검찰은 비글로가 물리적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최대 8년 형에 해당하는 중범죄인 '연방 요원 폭행 및 저항' 혐의를 추가했다.

비글로의 변호인은 법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단속이 아니었다면 체포조차 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최대 5년 형에 해당하는 대통령 위협 혐의로 기소된 에드워드 데이나(30) 사건도 논란거리다.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데이나는 지난 17일 밤 시내 식당의 외부 조명을 파손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 데이나는 경찰에게 "파시즘은 용납할 수 없다. 헌법 수호를 위해 대통령을 죽이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보디캠에 녹화된 데이나의 발언은 비밀경호국(SS)에 통보됐고, 이후 대통령 위협 혐의에 대한 기소장이 법원에 제출됐다.

데이나의 변호인은 법원에서 "진정한 위협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연방 요원들"이라고 주장했다.

슈퍼마켓에서 권총 두 자루를 소지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토레즈 라일리(37) 사건도 논란거리다.

검찰 내부에서도 경찰이 라일리를 불법적으로 수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체와 주거, 문서와 소지품에 대한 부당한 수색과 압수를 금지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4조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워싱턴DC 연방지방검찰청의 지린 피로 청장은 설명을 통해 "내 임무는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에서 범죄를 기소하는 것"이라며 "검찰은 거리에서 무기를 없애기 위해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로 청장은 소속 검사들에게 가능한 한 가장 중한 혐의로 법원에 기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워싱턴DC 경찰청의 지휘권을 연방정부가 인수하도록 했고, 거리에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경이 워싱턴DC를 해방하고, 오물을 제거할 것"이라며 "이 도시를 다시 한번 안전하고 깨끗하며 살기 좋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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