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차관 인터뷰 녹취록 공개…법무부, ‘엡스타인 파일’ 의회에 일부 제출

2020년 뉴욕서 열린 엡스타인 연인 맥스웰 사건 브리핑[로이터]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공범이자 여자친구였던 길레인 맥스웰이 엡스타인의 범행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부적절한 상황'에서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역 중인 맥스웰은 지난달 24∼25일 토드 브랜치 법무부 차관과 9시간에 걸쳐 면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CNN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22일 전했다.
법무부가 공개한 면담 녹취록에 따르면 맥스웰은 "어떤 방식으로도 대통령이 부적절한 상황에 있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결코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맥스웰은 또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마사지를 받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사지'는 엡스타인이 미성년 여성들을 자신의 섬으로 불러들여 성 착취를 시작할 때 썼던 수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나는 엡스타인의 섬(범행 장소인 플로리다 팜비치의 섬)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으며, 자신이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몇 차례 탑승했다는 조종사의 법정 진술도 부인해왔다.
맥스웰은 "내가 아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내게 매우 정중하고 친절했다"며 "나는 그가 대통령이 된 탁월한 성취를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맥스웰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사면·감형을 요구하고 있다. 맥스웰은 브랜치 차관과의 면담 이후 이중 담장이 설치된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연방교정기관에서 '리조트급 시설'로 불리는 텍사스주 브라이언 연방교도소로 이감됐는데, 이를 두고 맥스웰이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한 진술을 한 '대가성'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맥스웰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여러차례 탑승했다면서도 그곳에서 '마사지'를 받지는 않았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섬에는 "결코 간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유력 인사인 영국 앤드루 왕자와 관련해선 "나는 그(엡스타인)를 앤드루 왕자에게 소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엡스타인 사건의 피해 여성 중 1명은 자신이 앤드루 왕자와 강요에 의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지만, 앤드루 왕자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한편, 법무부는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소환장을 발부해 요구한 '엡스타인 파일'의 일부를 제출했다.
이번에 제출된 분량만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법무부는 다른 파일도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다.
엡스타인 파일은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기소 기록과 영상·사진·연락처·이메일 등 관련 기록, 피해자·참고인 진술, 엡스타인 사망 관련 보고서 등 방대한 자료를 가리킨다.
그동안 보수 진영에선 법무부가 파일 공개에 소극적인 게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에 이른바 '딥스테이트'로 불리는 막후의 유력 인사들이 포함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돼왔고, 진보 진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연루된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에게 '외설적 그림'을 그려 넣은 생일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고 보도하자 백악관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엡스타인은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2019년 체포·수감돼 뉴욕 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 사인은 자살로 결론 났다.
맥스웰은 2021년 엡스타인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기소돼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