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만2천달러에 기밀 넘긴 중국계 美 해군 수병…유죄 평결

2025-08-21 (목) 10: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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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로 접근한 중국 요원에 美 군함 정보 넘겨…뒤늦게 “망했다” 후회

미국의 현역 해군 수병이 중국에 군사 기밀을 팔아넘긴 혐의로 20일 유죄 평결을 받았다.

연방법무부에 따르면 미 해군 수병 진차오 웨이(25)는 국방 물자 관련 기술 데이터 불법 수출 및 수출 공모 등 6건의 혐의로 이날 연방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그의 귀화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는 접근이 제한된 해군 컴퓨터 시스템에 저장된 '수천 페이지 분량의 기술 및 운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그 대가로 18개월간 1만2천달러(1천680만원) 이상을 받았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패트릭 웨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그는 2023년 8월 2일 샌디에이고 해군 기지로 출근하는 길에 체포됐다. USS 에식스 강습상륙함 기관병으로 복무했던 그는 함선 장비의 작동, 유지 보수, 수리를 담당했다.

그는 2022년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 정보요원에게 포섭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계로 알려진 웨이는 당시 미국 시민권 획득 절차를 밟던 중이었다.

이 요원은 처음에는 자신을 국영 중국조선중공업(CSC)에 근무하는 해군 애호가라 소개했으며, 웨이는 초기부터 그의 정체와 동기를 의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는 그러나 2022년 3월부터 체포될 때까지 USS 에식스 호의 사진과 영상, 샌디에이고 해군 기지에 있는 여러 함선의 위치 정보를 그에게 전송했다.

캘리포니아 남부지검은 재판에서 웨이와 그의 담당 중국 요원 간에 주고받은 통화, 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웨이는 담당 요원을 '빅 브라더 앤디'라 불렀고, 그가 제공한 새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암호화된 앱들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돈을 받기 위해 온라인 계정을 새로 만들고, 72시간 후면 메시지가 사라지는 디지털 '데드 드롭'을 사용했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가 웨이 역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웨이가 어머니와 주고받은 메시지도 증거 중 하나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그는 모친에게 "미 해군에 복무하는 다른 중국인들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고민하며 택시 운전을 하고 있어요. 반면 저는 그저 기밀을 흘리고 있을 뿐이에요"라고 보냈다. 그리고 "잘했다"는 답을 받았다.

최근 해군에서 외국 정부의 포섭 시도를 적발하는 법을 훈련받은 웨이는 자신의 활동을 은폐하려 했다. 간첩죄로 유죄 평결을 받은 다른 미 해군 수병에 관한 사건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법무부 보도자료까지 읽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요원과의 관계가 계속될수록 웨이는 더 민감한 정보를 수집, 중국 요원에게 넘기려 하는 등 대담해졌다.

웨이는 체포 후 심문에서 중국 측에 기술 및 기계 매뉴얼을 팔아넘긴 사실을 자백했다.

그는 연방수사국(FBI)에 "나는 망했다…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라며 자신의 '간첩 활동'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선고는 12월 1일로 예정돼 있으며, 최고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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