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유근(오른쪽) 장로가 무공훈장을 받은 뒤 서은지 총영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속보>지난 15일 시애틀총영사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한국 국방부장관 명의로 무공훈장을 받았던 시애틀 형제교회 길유근 장로가 무려 72년 만에 훈장을 받았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화제다. 특히 김 장로가 72년만에 무공훈장을 받게 된 과정에서 한인 언론사 기사가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광복절 기념식에서 길 장로가 받은 화랑무공훈장은 1953년 이미 서훈이 결정됐지만, 전쟁 직후의 혼란으로 수여되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지나 전달된 것이었다.
훈장은 한국 육군인사사령부의 ‘6·25 무공훈장 찾아주기 조사단’이 올해 들어 길 장로의 소재를 확인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조사단은 지난 4월 부산 중구청을 통해 확보한 주민등록 자료와 군번 기록을 조합해 길 장로가 서훈 대상자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길 장로 가족이 이미 2000년에 시애틀로 이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달에는 난관이 있었다.
한국에 남아 있던 동생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받아 연락이 끊기는 해프닝도 겪었다.
결정적인 단서는 시애틀지역 언론보도였다. 조사단은 본보 등에서 ‘참전용사 길유근’이라는 이름을 확인한 뒤, 시애틀 총영사관과 서북미 6·25참전유공자회(회장 윤영목) 협조를 받아 길 장로가 실제 서훈자임을 최종 확인했다.
장남 길수철씨도 처음에는 의심을 품었지만, 조사단의 끈질긴 확인 노력과 한인 사회의 도움으로 오해를 풀고 협조하게 됐다.
길 장로는 부산 출신으로, 6·25전쟁 발발 직후 18세의 나이에 자원입대해 육군 2사단 17연대와 육군본부에서 복무했다. 그의 공로를 인정해 1953년 화랑무공훈장이 결정됐으나, 전시 상황 속에서 전해지지 못한 채 70여 년이 흘렀다.
서은지 주시애틀 총영사는 이날 행사에서 길 장로에게 훈장을 수여하며 “대한민국이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누리기까지 헌신하신 참전용사들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철성 대령이 이끄는 조사단도 “해외에 계신 참전용사 한 분 한 분을 끝까지 찾아내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겠다”며 “보이스피싱 의심과 같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외교당국과 한인 사회의 협조로 반드시 공로자들께 훈장을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길 장로 역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이렇게 조국이 기억해준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