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사꾼’ 트럼프… ‘엔비디아 중국 매출 15% 납부’ 새 모델되나

2025-08-13 (수) 07: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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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선트 재무 “다른 산업에도 확대할 수 있어”

▶ ‘무역장벽 뚫고 중국 진출 길 여는 것’ 평가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 수출 허가의 대가로 대(對)중국 수출 매출액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도록 합의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수출허가권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 방식이 오랜 무역 장벽을 뚫고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 방식이 미국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서, 이를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13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산업에서도 이런 방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지금 봐서는 이런 방식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제 모델(방식)과 베타 테스트(시범 운영 결과)도 가지고 있으니 왜 이걸 확장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 허가와 관련해 나오는 국가 안보 우려도 일축했다.

그는 "국가 안보 우려는 없다. 우리는 첨단 칩을 중국에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H20은 첨단 칩에 비해 4, 5, 6단계 아래에 있는 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허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이는 정말 이상하고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사례가 AMD와 엔비디아를 넘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정의에 따르면 모든 것이 '국가 안보'로 분류되므로, 수출 허가 대상이 되며, 그 허가는 기업의 기여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방식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수년간의 무역 긴장을 우회하는 모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기업들은 이런 방식이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향후 이 조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기 어렵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른바 골드 카드로 불리는 영주권이나 거주 비자 판매를 검토하고 있으며, US 스틸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golden share)도 확보한 바 있다.

또, 각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투자 약속과 잠재적 수익 공유 약속을 받아냈다.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대학원 교수이자 전 국방부 관리인 할 브랜즈는 블룸버그 오피니언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은 이런 조치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과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함으로써 미국의 AI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미국의 혁신 우위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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