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메니아 영토에 아제르바이잔과 자치공화국 연결하는 ‘트럼프길’ 건설
▶ 30년 분쟁 종지부 가능성 주목… “러시아 세력권에서 美 영향력 확대”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왼쪽)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로이터]
오랜 앙숙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정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하에 8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덕분에 "역사적인 평화"에 합의하기로 했으며 이날 백악관에서 회담한 뒤 공동 선언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켈리 부대변인에 따르면 양국은 아제르바이잔 영토와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을 연결하는 통로인 일명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길'을 아르메니아에 구축하기로 했다.
아르메니아 영토를 통해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에 닿을 수 있는 통로는 그간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의 평화 협상에서 제기해온 핵심 요구 사항이었지만, 통로를 통제할 주체 등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양국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극심한 상황에서 통로의 관리를 미국에 맡기기로 했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아르메니아는 통로를 개발할 배타적인 권리를 미국에 99년간 부여하기로 했다.
미국은 컨소시엄에 부지를 다시 임대하고, 이 컨소시엄은 43.5km 길이의 통로를 따라 철도, 송유·가스관, 광섬유선, 전선 등을 건설할 방침이다.
켈리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각 국가 및 지역과의 관계를 활성화하고 미국 기업들에 이득이 되는 합의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양국과 체결할 계획"이라면서 "합의는 에너지 기술, 경제협력, 국경 안보, 시설과 무역을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또 양국 간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1992년 결성된 중재 협의체인 민스크 그룹의 해체를 요청하기로 했다.
미국은 아제르바이잔과 국방 협력에 대한 제한도 해제하기로 했다.
그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니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30년 넘게 영토 분쟁을 벌였다.
이 지역은 아제르바이잔에 속해 있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대다수라 분리주의 세력이 사실상 점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0년 양국 간 휴전을 중재했지만, 이후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통제가 약해졌다.
그런 와중에 2023년 9월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분리주의 세력에 타격을 입혔고 아르메니아계 주민 12만명 중 10만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이후 양국은 평화 합의를 논의했고 지난 3월 초안까지 마련했으나 이후 눈에 띄는 진전이 없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이번 합의를 구소련 국가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감소와 러시아의 세력권인 남부 코카서스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주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