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집무실서 日 대표단과 직접 협상하며 합의 내용 손으로 수정
▶ 美재무 “日 상호관세·車관세 15%로 낮춘 건 혁신적인 투자 때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무역 협상 마지막 단계에 직접 나서서 일본이 관세 인하 대가로 제시한 대미 투자액을 크게 늘리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지난 2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일본의 관세 협상 총괄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대화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앞 책상에는 '일본, 미국에 투자하다'(Japan Invest America)라는 제목의 문서가 있는데 4천억달러라는 숫자를 지우고 손으로 5천억달러라고 적은 게 보인다.
일본이 당초 4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제안했지만, 이를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5천억달러로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일본과 무역 합의를 발표하면서 일본이 미국에 5천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 투자에 따른 이익 90%를 미국이 가져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속 문서에는 이익 공유 비율이 90%가 아닌 50%로 인쇄돼 있는데 이 숫자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
문서에는 또 "10% 관세, 그리고 자동차·의약품·반도체에 15%"라고 적혀 있는데 여기에도 의약품과 반도체 위에 20%로 보이는 숫자가 손으로 적혀 있다.
지금까지 양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도 기존 2.5% 관세를 포함해 15%로 낮추기로 했다.
이런 발표 내용과 사진 속 문서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장관급에서 협의한 내용을 보고받은 뒤에 일본에 더 많은 양보를 압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집무실 사진에는 미국 측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 등이 배석했고, 일본 측은 야마다 시게오 주미일본대사가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에도 무역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을 백악관으로 갑자기 불러 직접 면담한 전례가 있다.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23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무역 대표단을 집무실로 데려와 방대한 협상을 했다. 일본은 힘든 협상 상대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했다"고 소개했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에 대한 15% 상호관세와 15% 자동차 관세는 다른 종류의 합의라는 점을 주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일본은 매우 혁신적인 해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일본이 미국 내 주요 프로젝트에 자본, 신용보증, 자금을 제공하는 일본-미국 파트너십이라는 구상을 제안했다. 일본은 이 혁신적인 금융 장치를 제공할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15%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고려하면 일본이 5천500억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게 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5천500억달러는 작년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 금액인 690억달러의 8배에 육박한다.
베선트 장관은 5천500억달러가 전부 기존 투자가 아닌 신규 투자라면서 미국의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와 의약품 등 전략 산업에 투자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이나 다른 국가가 15%보다 낮은 관세율을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15%는 일본이 제안한 매우 혁신적인 패키지의 결과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더 많이 하라고 압박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EU에서 혁신적인 제안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아니다. 하지만 대화는 이전보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