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 트럼프 경고 무시…버틸 수 있다고 믿어 전쟁 계속할 것”
▶ 드론·미사일에 수십명 부상…젤렌스키 “러 전략 안바꿔, 방공망 더 필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50일 내 종전합의를 압박했으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공세를 강화하며 점령지를 넓혀 가고 있다.
16일 AP 통신, EFE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드론과 공습, 소규모 보병 부대를 모두 동원해 집중 공세를 펼치면서 2022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정보저항그룹의 군사 분석가 올렉산드르 코발렌코도 러시아군이 5월 이후 기세를 올리면서 7월 둘째 주에만 우크라이나 땅을 260㎢ 넘게 점령했다고 추산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15일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 인근 보로바 방향과 도네츠크주의 토레츠크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군은 동부 거점 도시 포크로우스크와 코스티안티니우카에 접근하면서 인근 마을을 하나둘씩 점령,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를 끊어 왔다.
거점 도시들을 점령하면 슬로비안스크, 크라마토르스크로 향하면서 도네츠크주 전체 장악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나아가 서진하면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로 진격할 길도 열 수 있다.
러시아의 공세 강화는 지정학적 변화 가능성을 앞두고 입지를 다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 통신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까지 전투가 확산하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꺾고 크렘린궁이 협상에서 더 많은 카드를 쥘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등 지원을 약속하고 러시아에는 종전 합의에 50일 기한을 준 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시간을 벌게 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러시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경고를 '최후통첩'이라면서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타스 통신에 " 우리에게 요구하려는 시도, 특히 최후통첩을 물론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도 크렘린궁 소식통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방이 러시아의 '평화 조건'에 개입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점령지 확대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와 군이 서방의 어떤 추가 조치에도 버틸 수 있을 만큼 강건하다고 믿고 있다.
한 소식통은 "푸틴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세부사항에 대해 미국을 포함해 누구도 본인과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트럼프와 관계를 중시하며 위트코프(미국 특사)와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도 "러시아의 국익이 다른 무엇보다 먼저다"라고 덧붙였다.
이제까지 제시된 평화 협상안 중 러시아가 고려할 만한 게 없고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개입이 여전히 크렘린궁에 압박이 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을 모두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을 포기해야 한다는 기존 조건을 고수한다.
러시아의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습도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15∼16일 밤사이 드론 400대를 날려 보냈고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도 쏘아 올렸다.
AFP 통신에 따르면 중부 도시 빈니치아에서 8명이 다쳤고 하르키우시에서도 3명이 다쳤다고 지역 당국자들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인 크리비리흐에서는 최소 15명이 다쳤으며 산업용 건물이 부서지고 단전, 단수가 발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는 전략을 안 바꾼다"며 "이 테러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방위를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더 많은 방공 시스템, 더 많은 요격 미사일, 더 많은 결의로 러시아가 우리의 대응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