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세전쟁 격화 조짐 속 주요국가들 美와의 ‘연장전 협상’에 사활

2025-07-11 (금) 01:11:48
크게 작게

▶ 브라질 “보복 조처”, 日 “깔보는데 못참아”…일부, 강경대응 ‘불사’ 예고

▶ 한국 등은 ‘협상 박차’ 방침…트럼프, 각국에 “계속 협상하면 잘될 것”
▶ 최고위급 방미 협상 이어질 듯…李대통령, 7월 방미· 첫 정상회담?

관세전쟁 격화 조짐 속 주요국가들 美와의 ‘연장전 협상’에 사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들에 새로운 상호관세율을 제시하고 오는 8월 1일을 유예 시한으로 설정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속속 발송하면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다수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애초 지난 8일에서 다음 달 1일로 3주 정도 늦추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자국 이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며 안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상당수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의 세율을 예전보다 높여서 제시하면서 예상 밖의 고율 관세를 얻어맞게 된 국가들은 반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면서 향후 미국과 이들 국가 간의 통상 분쟁이 격화할 조짐도 드러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NBC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10%인 대부분 무역상대국에 대한 관세를 15% 또는 20%로 일괄 부과할 것이라고 말해 기본관세를 대폭 인상할 방침임을 밝혀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또 최근 '반미(反美) 연합체'로 여겨지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주최한 브라질에는 지난 9일 당초 10%였던 관세율을 '50%'로 대폭 올려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발송했고,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캐나다에는 당초 25%보다 10%포인트나 높은 35%의 관세율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무역법 301조에 입각한 불공정 무역 조사 착수 방침까지 통보했다.

그는 서한에서 지난 2022년 브라질 대선 직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을 '마녀사냥'으로 지칭하면서 초고율의 관세를 제시해 관세를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 개입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까지 보여줬다.

브라질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오히려 적자를 보는 가운데 예상 못한 '관세 폭탄'을 맞게 된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룰라 대통령은 11일 "미국이 브라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싸우겠다. 그런데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도 50%의 관세로 보복 조처를 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기존 24%에서 25%로 높아진 상호관세를 통보받은 뒤 미국을 향한 발언이 한층 거칠어졌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9일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도중 미일 간 통상협상에 대해 "국익을 건 싸움이다. 깔보는데 참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고 아사히 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그동안에도 "동맹국이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등으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다. 물론 이시바 총리의 이러한 수위 높은 발언은 자국 내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며 8월 1일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일 한국에 대한 25%의 관세 서한이 공개되자 "8월1일까지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가 연장된 것으로 보고, 남은 시간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좀비 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에 대한 소극적 대응을 이유로 35%의 고율 관세를 통보받은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지난 10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무역 협상 전체에 걸쳐 캐나다 정부는 우리 노동자들과 기업들을 확고하게 보호해왔다. 우리는 수정된 데드라인인 8월 1일까지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협상 지속 의지를 보였다.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 중 한 곳인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공격과 비판 속에서도 아직 관세 서한을 받지 않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과 EU간 무역 합의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미국의 조치와 이에 대한 EU의 대응이 '글로벌 관세 전쟁'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무역담당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14일 자동 발효되는 대미 보복관세 조치에 대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과 원칙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하며 관세 서한 공개 후 향후 대응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무역상대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에 최대한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겠다며 위협 발언을 계속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동맹국이나 우방국이 무역에서 적국보다도 "미국을 더 이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동맹이라고 상호관세 부과에서 호의를 베푸는 일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계 각국에 대한 조언이 있느냐'는 질의에 "나는 단지 '계속 열심히 일하라. 모두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해, 추가 협상에서 상대국의 호응에 따라 우호적인 상호관세율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관세 시한인 8월 1일을 앞두고 향후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협상 담판을 짓기 위한 최고위급의 방미 외교도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오는 20∼22일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필리핀은 애초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당시 17%의 관세율을 적용받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서한에서 이보다 3%포인트 올린 20%를 새로운 관세율이라고 통보했다.

한국 역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 의견을 모은 바 있어 두 정상의 회담 시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 100%를 훌쩍 넘는 초고율 관세를 서로 부과하던 와중에 지난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 고위급 회담 결과 양측 모두 관세를 대폭 낮추고 90일간 후속 무역 협상을 하기로 합의한 만큼 8월 1일보다 협상 시간을 더 벌어놓은 상태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구체적 일정은 논의하지 않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미중간 첫 대면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시기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