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대선공약 입법 완료로 韓 전기차·태양광 업체 타격 예상

2025-07-03 (목) 0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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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의 인플레감축법에 근거했던 청정에너지 보조금 폐지 확정

▶ 반도체 투자기업 세액공제 확대됐으나 보조금은 재협상 불가피할듯

트럼프 대선공약 입법 완료로 韓 전기차·태양광 업체 타격 예상

미국의 전기차 충전소[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입법으로 지원하는 메가법안이 3일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돼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은 각종 청정에너지 보조금이 당초 공약대로 조기에 폐지되거나 축소된다.

화석연료 예찬론자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지만, 관련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온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국내 관련 업계의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날 하원에서 가결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각종 청정에너지 사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대폭 축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녹색 사기'라고 비난해왔으며, 백악관과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 등 주요 국정 의제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IRA 보조금을 정조준했다.

법안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를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최대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가 올해 9월 30일 이후 종료된다.

원래 법에는 2032년 말까지 제공하도록 했으나 폐지 시한을 무려 7년 넘게 앞당긴 것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전기차 세액공제는 전기차를 북미에서 조립해야 한다는 요건을 법에 명시해 한국산 전기차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는 한미 간 통상 갈등으로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이 세액공제를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막대한 외교력을 투입했고, 그 덕분에 리스나 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는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 등을 바이든 행정부에서 얻어냈다.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로 상업용 전기차도 올해 9월 30일까지만 세액공제를 받게 되면서 그간의 노력이 무색해졌다.

현대자동차와 한국 배터리 3사는 IRA 세액공제 혜택을 보려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대해왔는데 결국 전기차 세액공제는 사라지게 됐고 이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도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의 경우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점이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조기 폐지가 거론됐으나 결국 현행법대로 세액공제 금액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3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 기업 등 '금지된 외국 단체'(prohibited foreign entities)로부터 받는 '물질적인 지원'(material assistance)이 제품 생산 전체 비용의 일정 비율을 초과할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중국산 부품 등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취지라서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이 조항을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과 미국의 배터리 업계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를 유지하려고 의회를 상대로 많은 로비 노력을 기울였으며 법안 문구 작성에도 많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각종 세액공제가 축소되거나 지급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지면서 이번 법안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그런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는 세액공제는 2032년 이후에나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그 시점이 2027년 말로 앞당겨졌다.

지급 대상도 2027년 말까지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으로 제한했다.

다만 법안 발효 1년 이내에 건설을 시작한 사업은 2027년 말까지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요건에서 제외했다.

앞서 상원에서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기업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지으면서 중국산 기술이나 부품 등을 사용할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으나 상원 최종 통과 과정에서 삭제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보조금을 대폭 축소한 탓에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취소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면 조지아주에 태양광 패널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한화큐셀 등 관련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한편 반도체법에 근거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는 세액공제는 기존 25%에서 35%로 확대됐다.

2022년 말 이후에 가동하고 2026년 말 이전에 착공한 시설에 제공하는 이 세액공제는 삼성전자와 TSMC 등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체결한 반도체법 보조금 계약을 행정부에 더 유리하게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이라 기업들이 받게 될 세액공제와 보조금의 총액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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