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평선] ‘오징어 게임’의 미래

2025-07-03 (목) 12:00:00 라제기 / 한국일보 영화전문 기자
크게 작게
할리웃의 특기는 ‘우려먹기’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히트하면 속편은 당연하고 스핀오프(주변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새 이야기) 또는 리메이크를 마다하지 않는다. 올해 북미 영화 흥행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다시 만든 ‘릴로 앤 스티치’와 ‘드래곤 길들이기’, 속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파이널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스핀오프 ‘썬더볼츠’와 ‘무파사: 라이온 킹’이 10위 안에 들었다.

■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지난달 27일 시즌3를 공개하며 마침내 막을 내렸다. 2021년 9월 17일 시즌1이 첫선을 보인 후 3년 9개월 만이다. ‘오징어 게임’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영토 확장에 첨병 역할을 했다. 시즌1 누적 시청 시간은 공개 이후 91일 기준으로 22억520만 시간이다. 넷플릭스 역대 1위다. 시즌2(2024)는 13억8,010만 시간으로 역대 3위 기록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 ‘오징어 게임’은 일단 대장정을 마쳤으나 리메이크 또는 스핀오프 제작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판 ‘오징어 게임’이 새롭게 만들어질 거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떠돌고 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와 ‘나를 찾아줘’(2014)의 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메가폰을 잡는다는 보도가 지난해 10월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에서 나왔다.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기훈(이정재) 역할을 연기할 거라는 풍문이 국내 영화계에 돌기도 했다.

■ 시즌3 마지막 장면 때문에 스핀오프 제작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한다. 게임 참가자를 모으는 ‘딱지맨’으로 유명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등장해서다. ‘오징어 게임’의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 황동혁 감독은 “제가 뭘 더 만들거나, 미국판 스핀오프와 연결시키려 만든 장면은 아니다”라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넷플릭스가 ‘황금 IP(지식재산권)’를 과거에 묻어둘 리 없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할리우드에서 살아갈 운명이다. 21세기 영상산업의 급변을 보여 준다.

<라제기 / 한국일보 영화전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