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법원, ‘161억 달러 배상책임’ 아르헨에 “석유회사 지분 포기하라”

2025-06-30 (월) 0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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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YPF 국영화 강행 관련 소송 연관…밀레이 대통령, 항소 예고

美법원, ‘161억 달러 배상책임’ 아르헨에 “석유회사 지분 포기하라”

이마 짚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로이터]

미국 법원이 13년 전 아르헨티나 석유회사의 국영화 강행 과정에서 빚어진 규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아르헨티나 정부에 수조 원어치 지분을 포기해 '원주인'에 일부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고 로이터·블룸버그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이 사건을 살핀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로레타 프레스카 판사는 이날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영화 강행) 관련 사건 판결에 따른 161억 달러(21조8천억원 상당) 규모 배상금 및 이자 지급을 위해 YPF(Yacimientos Petroliferos Fiscales) 지분 주식(51%) 전량을 뱅크오브뉴욕(BNY) 멜론 계좌에 14일 안에 이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프레스카 판사는 또 BNY 멜론에 "은행 1영업일 안에 원고 측으로 해당 지분 상당을 이전하라"고 판시했다.


이 사건 원고는 스페인계 페테르센 에네르히아 인베르소라와 미국의 이튼 파크 캐피털 매니지먼트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소송대리인(법인)은 금융 소송·중재 업체인 버포드 캐피털이다.

이날 결정은 2012년 YPF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국영화 방식과 이에 대한 2023년 미국 법원 판결과 관련돼 있다.

1907년 아르헨티나 정부 주도로 설립된 YPF는 연료 부문 거의 모든 영역을 사업 포트폴리오로 둔 '공룡 기업'이다. 석유, 전기, 천연가스 등에 대한 탐사, 개발, 유통을 비롯해 비료와 플라스틱 등 연관 산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 직·간접 고용 규모는 10만명에 이른다.

20세기 중후반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 정부 보조금 정책과 군부 독재(1976∼1983년) 시기 극심한 침체를 겪으며 1999년 스페인 기업(랩솔)에 팔렸는데, 2012년 좌파 페론주의 성향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는 랩솔 보유 YPF 지분(51%)을 다시 전량 인수해 국영화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였던 페테르센 에네르히아 인세르소라와 미국의 이튼 파크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우리가 가진 지분에 대해 공개 입찰을 진행하지 않고 보상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주식을) 강제 수용했다"면서 미국 법원에 아르헨티나 국가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관련 재판에서는 미국의 외국주권면제법(FSIA) 상 상업 활동 예외를 인정할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주권면제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미국의 FSIA에는 기업체에 대한 외국 정부의 행위가 명백히 상업적 이유에 기반할 경우, 해당 행위에 대해 법원의 재판 관할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을 비롯한 외신들이 전했다.

프레스카 판사도 2023년에 "아르헨티나 정부의 YPF 지분 인수는 상업적 행위로 봐야 한다"며 원고 중 미국 업체가 낀 이 사건 송사를 미국 법원에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블룸버그는 아르헨티나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들이 YPF 지분 중 26%와 25%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가치는 60억 달러(8조원 상당)라고 보도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페르난데스 전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나시온을 비롯한 아르헨티나 언론은 외화 부족 등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에서 YPF 지분을 전량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며, 항소심 또는 상고심을 거치며 원고 측과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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