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韓 수도권 주담대 최대 6억, 집값 급등에 초강수

2025-06-28 (토) 12:00:00 이승엽·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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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부 가계부채 대책
▶ 한도 일괄적 제한은 사상 초유
▶ 투기 차단 위해 6개월 내 전입 의무

▶ 다주택자 주담대 금지, 대출도 문턱
▶ 디딤돌·버팀목 대출 한도까지 줄여
▶ 올해 가계대출 총량 25% 감축 목표

28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 원 넘게 받을 수 없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자 정부가 강수를 뒀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막고 정책대출 문턱까지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낸 가계부채·부동산 대책으로, 연초 예상보다 낮아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고려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낮춘 것이 골자다. 금융권 가계대출(정책대출 포함)의 올해 연간 총량 목표를 25% 감축해 가계대출 증가 폭을 75조 원이 아닌 50조 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주담대를 확 조였다. 규제지역은 물론 수도권에서 주택구입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을 때 최대 여신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다. 2019년 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 주담대 금지 조치를 내린 적이 있으나 주담대 한도를 일괄적으로 제한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소득이 많을수록, 주택 매매가격이 높을수록 대출한도 감소 폭은 크다. 가령 연 소득 6,000만 원(수도권 중위소득, 2023년 기준) 차주가 서울에서 매매가격 10억 원의 주택을 구입할 시 대출한도는 시행 전후 모두 4억1,900만 원으로 변화가 없다. 하지만 연 소득 2억 원 차주가 20억 원에 주택을 매매할 경우 대출한도가 13억9,600만 원에서 6억 원으로 50% 넘게 감소한다.

투기·투자 목적 주택 구입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했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시 주담대(보금자리론 포함)를 받은 경우 6개월 이내 반드시 전입해야 한다. 또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추가 주택구입을 위한 주담대는 물론 수도권·규제지역 내에서 생활비 조달 목적으로 받는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도 받을 수 없다. 1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도 1억 원으로 제한된다.

신용대출도 까다로워진다. 차주별 연소득 2배 이내에서 은행권 자율로 운영하던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여, 주담대 외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을 막았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방지를 위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막힌다.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저소득층을 위한 디딤돌(매매)과 버팀목(전세) 등 정책대출 문도 좁아진다. 디딤돌의 경우 생애최초나 신혼, 신생아 등 특례별로 최대 대출한도가 적게는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줄어든다. 버팀목 또한 수도권과 지방 등 지역에 따라 대출한도가 최대 6,000만 원 감소한다. 디딤돌과 보금자리론, 생애최초 주담대의 경우 LTV가 기존 80%에서 70%로 강화된다.

이번 조치는 전세대출 보증비율 조정을 제외하고 28일부터 전 금융권에서 즉시 시행된다. 28일 이전에 매매 혹은 전세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 신청을 금융회사에 접수했을 경우는 예외다.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의 경우 지자체에 허가신청이 접수된 날이 기준이며 규제 우회 시도 차단을 위해 가계약은 포함되지 않는다.

“내 집 마련 급한데 어쩌나” 실수요자들 발동동


고강도 규제가 즉시 시행된다는 소식에 수도권에서 주택 매매를 준비 중이거나 가계약만 한 차주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상급지 ‘갈아타기’ 사다리가 끊어졌다거나 정책대출 문턱이 높아져 내집 마련을 하려던 실수요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적인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종전의 방식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청년층 등이 상대적 상실감을 느낄 수 있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무리해 집을 사고 빚을 갚는 악순환의 고리를 언젠간 한 번 끊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도 “연간 10~20조 원이던 정책대출이 2023년 이후 50조 원으로 늘어나면서 무분별하게 대출이 나간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상황에 놓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총량을 갑자기 줄이면 금리가 올라갈 수 있고, 실수요자들에게도 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승엽·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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